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 인터뷰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합창의 묘는 경청에 있다. 조화를 이루는 소리를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히 자신의 소리를 줄여야 한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일 때 비로소 아름다운 합창이 완성된다”
창단 44주년을 맞은 서울시합창단을 이끌게 된 박종원 신임 단장은 15일로 예정된 첫 공연 ‘봄볕 그리운 그곳’을 준비하며 합창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 단장은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며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앙상블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봄볕 그리운 그곳’은 서울시합창단이 2022 M컬렉션 시리즈 첫 번째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Masterpiece에서 따온 M시리즈는 음악사적 걸작과 함께 국내·외 작곡가들의 합창곡을 균형있게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박 단장은 “이번 공연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거장 헨델의 초기 걸작 ‘딕시트 도미누스(Dixit Dominus)’를 비롯해 슈만, 브람스, 조혜영, 이현철 등 여러 작곡가의 소품곡을 통한 풍성한 무대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박 단장은 이번 공연 주제 ‘봄볕 그리운 그곳’을 “코로나19 장기화로 봄이 왔지만 직접 봄을 느끼고 향유하기 어려운 현 시대적 상황을 자연과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풀어내고 이를 위로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사를 통해 전하는 희망이 지친 삶에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박 단장은 덧붙였다. 그는 “공연 2부 후반에 선보일 데이빗 찰스의 ‘Weep No More’은 이제 눈물을 그치고 우리에게 약속된 낙원을 기대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곡이고, 마지막 곡인 모시스 호건의 ‘Music down in my soul’은 우리 영혼과 마음에 넘치는 음악을 통해 내가 사랑과 평화, 기쁨을 가졌음을 노래한다”며 “코로나19로 부모, 형제, 친구를 잃거나 못 만나면서 상처받은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합창단의 연습풍경도 바꿔놓았다. 마스크를 끼고 노래하는 단원들을 염려하는 박 단장은 “산소 부족으로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노래를 오래하면 폐와 건강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걱정되는 한편 연습과정에서 슬프고 기쁜 순간 단원들의 감정을 읽기 어려워 아쉬움도 크다”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더 깊이 느끼고 더 많이 표현하는 합창 스타일을 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 재학 중 우연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합창단원이 되면서 음악을 시작한 박 단장은 연세대 성악과 졸업 후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합창지휘 석사, 미시간대에서 합창지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를 지냈고 위스콘신대에서 합창지휘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합창발성 테크닉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박 단장은 권위적이고 엄숙한 합창이 아닌 자유롭고 표현력이 풍부한 하모니를 서울시합창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 되는대로 서울시민합창단을 다시 시작해서 합창에 대한 아마추어 저변 확대에 힘쓸 계획”이라며 “음악이, 합창이 우리에게 주는 성취감과 유대감은 아마추어든 프로든 한 마음으로 같이 만들어야 하는 만큼 그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력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우유와 함께 먹으면 최고"…해외서 난리 난 한국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