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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엄숙하지만 관객을 끌어안는 알록달록 ‘청동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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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
국제갤러리, 5월 15일까지

우고 론디노네_blue yellow monk.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_blue yellow monk.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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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현대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대립의 말살로 인한 경험의 상실이라 분석했던 일본 사상가 후지타 쇼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이 ‘살아 움직이는 평형감각과 상호 관심과의 관계’라고 규정했다. 태양, 풍경, 그리고 정물을 주제로 한 우고 론디노네의 시각적 세계는 관객을 곧장 낯선 현실로 끌어당긴다. 둘 이상의 작품 사이에는 팽팽한 평형감각과 함께 이를 지나는 관객이 머리로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작품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연출의 묘가 숨어있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는 스위스 출신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를 5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규모 청동 조각 연작 ‘nuns + monks’를 전면에 내세워 시각적 스펙트럼의 확장을 구현했다.

다섯 점의 조각은 각각 성인(聖人)의 신비로움과 엄숙함을 품고 있다. 이들 조각은 공간을 사로잡는 동시에 또 생기를 불어넣는다. 하나의 거대한 돌 위, 다른 색상의 작은 머리를 올린 의인형 조각들은 우상적 상징성으로 관객을 짓누르기보다 열린 상태로 낯선 이의 방문을 환영한다.


우고 론디노네_black green monk.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_black green monk.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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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작은 석회암 모형으로 습작을 만든 작가는 이를 스캔하고 확대해 청동 주물 조각으로 재탄생 시켰다. 거대한 조각들은 섬세한 질감과 거대한 비율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작가는 이 작품 사이의 평형감각을 통해 무아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40년 가까이 학문과 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고립과 증폭, 때로는 특정한 재료 처리를 통해 시적 차원을 연상시키는 일상 속 문제와 주제에서 얻은 영감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해낸다.

인간과 자연, 구상과 추상, 낮과 밤, 공간과 시간 등 그의 작업의 배경이 되는 무수한 주제 속에는 숭고함과 덧없음의 정서가 짙게 드리워져있다. 고도로 계산된 작품 설치에서 작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포착함과 동시에 잊을 수 없는 팽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고 론디노네_sechsterjulizweitausendundzwanzig.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_sechsterjulizweitausendundzwanzig.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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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10여 년간 천착한 소재인 돌을 활용해 그 잠재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돌에 내재한 아름다움과 에너지, 구조적 특징, 표면의 질감, 그리고 시간을 모으고 응축하는 능력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갤러리 공간 전체에 시멘트를 발라 바닥과 벽이 단일한 콘크리트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공간 표면을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밑작업은 그가 즐겨 구성하는 기법이다. 바닥과 벽의 경계를 없앰으로써 그 지평을 재정의함과 동시에 돌에 내재한 고요한 변신의 상태를 은유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공간을 통해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의 상태를 보여주고, 조각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관람객과 작품 모두를 창발(創發)의 단계로 이끈다.


작가는 강렬한 시각 작품 속에 자신이 느끼는 평형감각과 상호 관심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투영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나는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물리적인 현상인지 혹은 형이상학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조각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그가 ‘살아있는 우주’라 부르는 모든 것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자 자연에 대한 독창적 기록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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