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재향군인 의료 기록 분석한 결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코로나19의 후유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회복 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40% 높아진다는 사실이 대규모 사례 연구에서 드러나 주목된다. 주로 고령·과체중이 많은 백인 남성 대상으로 집계된 통계라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보훈부 산하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 임상역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연구 결과를 의학전문 학술지 '랜싯 당뇨병&내분비학'에 실었다.
연구팀은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 건강관리 시스템에 수록돼 있는 정보를 활용해 약 18만명 이상의 코로나19 감염 후 한달 이상 생존한 사람들의 의료 기록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400만명의 의료 기록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연구팀은 같은 방식의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비 감염자들에 비해 감염 후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 12개월 후 심부전 위험이 72% 더 높았고, 전체 코로나19 감염 환자집단에서 20개 심혈관 질환 중 하나가 나타날 확률은 대조군에 비해 1000명당 45명 더 많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경우 1년 후 당뇨병 발생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40%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1000명당 13명 이상 당뇨병 환자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뇨병의 유형은 거의 대부분 성인들이 주로 걸리는 2형 당뇨였다.
특히 코로나19의 증상이 심해 입원하거나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경우엔 더 심했다. 실험군의 당뇨병 발생 확률이 대조군에 비해 3배나 높았다. 심지어 경증을 앓았고, 이전에 당뇨병 위험 요소가 없었던 사람일지라도 당뇨병 유발 요인이 증가했다. 비입원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완치 1년 뒤 당뇨병 발병 확률은 비감염자에 비해 1000명당 8명 더 많았다. 이밖에 비만의 척도이자 2형 당뇨의 주요 요인인 체질랑 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후 당뇨병 발병 확률이 2배로 뛰었다.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호주 멜버른 소재 베이커 심장ㆍ당뇨병연구소의 조나단 쇼 연구원은 "현재 전세계에서 약 4억8000만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사실을 감안할 때 당뇨병 환자도 그 수치에 비례해 현재보다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기던 마이어로위츠-카츠 호주 울런공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가 미국의 재향 군인, 즉 나이가 많고 고혈압ㆍ과체중이 많은 백인 남성 위주로 실시된 통계 조사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당뇨병 발병 위험은 젊은 사람일 수록 많이 낮고 특정 인종 그룹에서는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초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젊은이 또는 어린이의 인슐린 생성 췌장 세포를 파괴해 1형 당뇨(인슐린 부족)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증거가 불명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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