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겨냥해 '파이프라인가스(PNG)'에만 적용
곡물, 광물자원 등 확대 적용시 세계경제 여파 클 듯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국가들을 향해 러시아산 가스 구매 대금 지불을 위해 러시아 은행에 루블화 계좌를 개설해야하며, 해당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루블화 환율 방어와 함께 서방의 대러제재 회피를 시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산 가스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토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 후 가진 연설에서 "비우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대금 결제를 위한 루블화 계좌를 개설해야한다"며 "이를 이행치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 루블화 혹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의 통화로 결제하는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서방국가들은 아직 대러제재 대상이 아닌 가스프롬은행에 루블화 계좌를 개설해야한다. 해당 계좌에 유로나 달러로 가스대금을 지불하면 가스프롬은행 측이 이를 루블화로 환전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에만 적용이 되며, 액화천연가스(LNG)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가 제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투자기업인 르네상스캐피털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찰리 로버트슨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루블화 가치 방어보다는 대러제재 회피수단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러시아 상황에서는 대러제재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외화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 국가들은 기존 계약 위반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존대로 유로화 혹은 달러화로 계속 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경제부총리도 "이는 계약위반이며 협박'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일 더 이상 러시아 가스가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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