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고체 연료 발사체 시험 성공
액체 엔진 개발 중인 과기정통부
각자도생에 저비용-고효율 차세대 발사체 사업 차질 우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표정이 밝지 않다. 고체 엔진은 군(軍)이, 액체 엔진은 정부가 각각 개발하면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개발이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 이기주의 논란
31일 우주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등 본격적인 민간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도 위성 발사, 달ㆍ화성 탐사 등을 위해 값 싸고 안정적인 독자 우주 발사체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민ㆍ관ㆍ군이 따로 놀면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의 고비용ㆍ비효율, 일정 지연 등이 우려되고 있다.
군은 고체연료 추진 로켓과 위성 발사 등을 독자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전날 ADD 종합시험장에서 고체 추진 엔진을 장착한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 시험을 실시했다. 군은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기관을 개발해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사용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개발을 완료한 후엔 소형ㆍ군집형 초소형위성 발사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군은 지난해 말 첫 개최된 국방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같은 우주 발사체 개발 계획 강행 의사를 밝혔고, 이에 기존 전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에 나서면서도 우주 개발 사업 전체의 주도권을 두고 부처간 보이지 않는 기세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3년간 누리호 독자개발했는데
과기정통부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을 중심으로 기존의 액체 엔진 누리호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 오는 6월15일 2차 시험 발사 후 오는 2026년까지 4기를 추가 제작해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이 확정된 상태다. 누리호는 개발하는데 총 1조9750억원 가량이 투입된 역대 최대 규모 우주 개발 사업이다. 13년여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속히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시장 경쟁력이 부족한 상태다. 고체연료부스터를 다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설계를 애초부터 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KARI에서 누리호의 75t급 액체 엔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엔진의 원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방침과 비전이 마련돼 있진 않다. 민간 업체도 따로 놀고 있다. 민간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에선 내년 하반기까지 15t급 액체ㆍ고체 하이브리드형 로켓을 개발해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원칙이 없다" 비판
민ㆍ관ㆍ군이 각자 다른 방식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강행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루 빨리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의 추진 원칙과 비전을 정리해서 효율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한국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우주발사체가 있어야 되냐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KARI의 액체 엔진 기술과 ADD의 고체 엔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부처간 협의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명호 KARI 노조위원장도 "지난해 한미 미사일지침 폐지로 규제가 풀렸으니 고체 엔진과 액체 메탄을 이용한 저비용ㆍ고사양 발사체를 개발해서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연구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부처이기주의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의사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 측은 이에 대해 "국방부 측과 우주발사체 개발과 관련하여 상호 업무 협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상호 개발 현황도 수시로 공유하고 있어, 부처간 혼선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방부의 고체발사체 개발 현황도 알고 있으며, 이번 비행시험에 대한 정보도 국방부에서 미리 과기정통부에 사전에 공유했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또 "현재 예타 신청중인 차세대발사체는 과기정통부가 액체추진 방식으로 개발하며, 이를 성능향상시키는 확대형은 고체부스터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하여도 양 부처간 이미 상호 공유되어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무섭게 몰려가네"…확 달라진 시장에 '173조 원'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