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현금은 신고해도 가상자산은 신고 안 돼
관련법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 거치지 않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가상자산이 공직자 재산공개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은 채 입법미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은 일제히 고위공직자 재산을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 내용에 가상화폐는 빠져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1000만원 이상의 현금에서부터 예금, 주식, 채권, 금과 금 관련 제품, 보석류, 골동품, 회원권 등도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등의 경우에는 관련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미 가상자산이 자산 축적 등의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관련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재산신고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법안은 2018년 정동영 전 의원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여러 건이 나왔다. 21대 국회에서도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이용우 민주당 의원, 민형배 민주당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률은 대체로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법들은 대부분 상임위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잠들어 있다.
현재는 가상자산을 신고해도 대외적으로 신고 내용이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이번 국회들어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신 의원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재산공개 내역에 가상자산 보유내역을 포함해 신고했으나 ‘국회공보’에는 담기지 않았다. 그는 통화에서 "신고 사항이라고 생각해 재산 내역으로 신고했는데 참고사항으로 담겨 공보 등에는 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 자산은 이미 보편적으로 국민의 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공개 대상에 포함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법을 발의한 유 의원 역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꽤 많고 거래량도 되는데, 공개 내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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