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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돌아보자, '세대론' 아래 감춰진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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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세대가 아닌 계층이다

[빵 굽는 타자기] 돌아보자, '세대론' 아래 감춰진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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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너도 혹시 MZ(MZ세대)니?"


사회생활을 하는 20~30대라면 누구든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MZ세대’, ‘이대남’ ‘이대녀’ ‘586세대’. 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들이 유행처럼 번진 지 오래다. 이러한 수식어에는 대개 부정적인 말이 따라붙곤 한다. ‘OO세대는 원래 그래’ 따위의 말들이다.

‘그런 세대는 없다’의 저자인 신진욱 교수는 이와 같은 지점을 정밀하게 파고든다. ‘원래 그런’ 세대는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5060세대를 기득권 계층으로 규정하고, 고도 성장기에 태어나 지금의 청년 세대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세대’를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정치권, 기업 임원진 등 고위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능력주의적 공정성에 찬성한다는 청년들의 특성도 청년층 전반이 아닌 능력주의 체제에서 승자가 된 일부 계층의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세대 갈등에 주목한다. 세대론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다수의 정치인들이 ‘2030’을 외치며 저마다 생각하는 청년들을 위한 소구 전략을 펼쳤다. 어떤 이는 여성 이슈를 공략하고 또 다른 이는 게임과 공정 이슈를 건드리는 식이다. 심지어 한 정치인은 ‘세대 포위론’을 꺼내 들면서 특정 세대에 편중된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MZ 세대’ 기획 기사는 단골 소재였다. 이러한 가운데 세대 문제, 젠더 문제가 대선 최대 화두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세대의 문제로 규정되는 것들은 각 세대 구성원들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심지어 세대론이 부각될수록 진짜 문제들을 밀려나게 만든다. 예컨대 모든 청년세대가 능력주의와 공정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청년의 삶 앞에 놓여있는 걱정들은 당장 집 한 칸 마련할 수 있을지,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지와 같은 것들이다. 중년세대 역시 모든 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의 확대 재생산에 관심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당장 오늘 때워야 할 끼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세대가 아닌 계층에 있다. 20대나, 40대나, 60대나 불평등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 시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세대론이 강조될수록 기득권 집단에 쏠린 막대한 이익과 계층 간 격차는 보이지 않는다. 특정 세대를 공공의 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인 LAB2050 연구진이 부동산 자산계층을 분석한 결과 자산 상위 30% 사람들이 60대 이상에서는 79.62%의 자산을 점하고 있는데 30대 역시 상위 20%가 83.31%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부동산 자산 집중도가 높다는 것이다. ‘5060세대가 기득권층’이라는 인식은 성립될 수 없다.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금 시점에서 ‘세대론’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각 세대 구성원이 갖고 있는 복잡한 특성을 들여다보려 하기보다는, 다소 간명하고 얄팍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알아야 할 삶의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직면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런 세대는 없다 | 신진욱 지음 | 개마고원 | 400쪽 | 2만원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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