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윤석열 시대, 원자력 진흥정책 추진’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에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대한 질타가 많았다. 지난 5년간 안전 규제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탈(脫)원전의 수단이 됐다는 시각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탈원전을 주장한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자동차가 위험하니 자동차 없애자는 사람을 검사 책임자로 임명한 것과 같았다. 원자력은 진흥과 규제의 두 바퀴로 굴러간다. 두 바퀴는 원자력의 이용을 통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목적을 향한다. 균형은 갖춰야 하지만 반대로 굴러선 안 된다. 규제는 산업이 안전하게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규제기관의 독립성은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 규제의 독립성에 원전 사업자뿐 아니라 원자력 이용을 반대하는 단체로부터의 독립도 명시하고 있다. 탈원전 코드 인사에서 보듯이, 원전에 반대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의 독립성에 위원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원전 사업에 관여한 자는 제척하도록 이미 법에 규정돼 있다. 반(反)원전 운동가도 배제돼야 한다.
전문성은 독립성의 바탕이 된다. 전문성 없이 독립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결정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안전은 대중에게 민감한 이슈고 일반인에게 원자력 규제는 용어조차 알기 힘든 전문적 영역이다. 그래서 더욱 권위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원안위는 9인의 위원회, 사무처, 안전전문위원회로 구성되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등 산하 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인력으로 보면 1000명 규모다. 세계적으로 이 정도로 전문화된 안전 규제 체제를 갖춘 나라는 드물다.
그런데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결정의 과정과 책임에 투명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결정의 주체는 위원회이고 사무처는 위원회 결정을 보좌한다. 이 과정에서 산하 기관의 의견을 듣고 전문위원회의 조언을 받는다. 결정에 대한 책임은 위원이 지고, 결정의 과정에 사무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책임과 역할은 위원회와 사무처가 판단의 이유와 결정의 과정을 국민에게 설명할 때 보인다. 판사가 공개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과 같다. 지금도 진행 중인 월성 원전 삼중수소 검출 등 사회적 주목을 받는 이슈에 위원회의 주도적인 해결과 명쾌한 대국민 설명이 아쉬운 이유다.
비상근 중심의 위원회에서 상근 위원제로의 전환은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라고 원자력 전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률가든 행정가든 원자력 분야에 대한 경험은 있어야 한다. 미국처럼 청문제도를 둬서 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검증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무원 조직인 사무처가 고도의 전문가 집단이 되기는 어렵다. 원안위가 전문 기관을 산하에 두고 있는 이유다. 최소한의 규제 전문성으로 IAEA는 전문가와 효과적인 정보 교류가 가능한 수준을 얘기한다. 전문 분석은 산하 기관과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받더라도 전문 집단을 이끌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협업 체계를 세워야 한다.
윤 정부의 원자력 강국을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통한 원안위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정치권도 원안위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원전의 이용 확대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탈원전을 하겠다고 원안위를 이용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신뢰 받는 원전 확대를 위해 더욱 원안위의 독립성이 필요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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