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중국의 만리방화벽 구축 이후 수십년간 조금씩 심화되고 있던 세계 각국의 인터넷 탈세계화(스플린터넷)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추진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간 사이버전쟁 여파로 심화되고 있다. 국가간 국경이 없던 인터넷에 국경이 세워지고 더 나아가 주요국들이 자국망 위주로 인터넷을 검열,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 디지털시장법 합의=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구글과 메타 등 미국 빅테크들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에 합의했다.
이 법안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 제한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구글·페이스북 메신저는 유럽 내에서 다른 메신저와 호환이 되게 조치를 취해야 하며, 다른 메신저와 연동돼야 하고 데이터도 교환되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 구입 시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과 같은 앱스토어가 아닌 제3의 앱스토어 사용도 허용해야 하며, 아마존이 자사 제품 순위를 더 높게 매겨 플랫폼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과 같은 행위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유럽내 서비스가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유럽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비유럽 국가들에게도 비슷한 정책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국가별, 지역별로 이같은 합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망 대신 물리적 경계에 의해 그 한계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플린터넷’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에 국경 세운 중국·러시아=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만리방화벽’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국내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러시아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러시아 국영 방송사 ‘러시아 투데이’와 통신사 ‘스푸트니크’의 접속을 차단했다. 유튜브 역시 러시아 국영 매체와 연관 채널 접속 차단 조치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루는 1000여개의 채널과 1만5000개의 콘텐츠를 삭제하기도 했다.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도 러시아에서 각종 서비스 중단과 제한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접속 차단 등으로 맞불을 놨고, 유튜브 접속 차단도 검토중이다. 또 자국 정보 인프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 연방 행정부 및 관련 기관에 모든 웹사이트와 포털, 서비스를 자국 내 DNS로 전환하도록 명령했다.
◆최근 5년간 인터넷 차단 사례 급증= 스플린터넷 징후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인터넷 비영리 디지털권리 단체 액세스나우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사례는 최근 10년 간 850건으로, 이 중 768건은 최근 5년 사이 일어났다. 구글은 각국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구가 2015년 이후 5배 늘어 연간 5만 건에 이른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인터넷 탈세계화 현상은 이용자들이 ‘정보의 자유’ 가치를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전통적 의미의 '정보의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지만 현 국제 정세 흐름 상 스플린터넷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달라 해석이 갈리는 등 각 국가, 국민별로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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