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1심서 기획부동산 사기 혐의 받는 4명에 무죄 선고
검사, 지난 2월23일자로 항소 제기
교수 동원에 매입의향서 조작까지…감쪽같이 속은 피해자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2월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최선재 판사는 1심에서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획부동산 대표 유모씨 등 4명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개발제한지역 임야를 매입 후 공유지분 형태로 매도하면서 약 1300억원을 차익을 거둬들였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표와 지사장이 판매원들에게 기망 행위를 지시했거나 암묵적으로 공모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판단에 분노했다.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사라진 이 판단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획부동산 사기 논란이 불거진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재판의 검사는 지난 2월23일자로 항소를 제기했다.
또 다른 곳에서도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 회복은 지지부진하다.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 업체 ‘우리경매’와 관련된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도 우리경매 부평지사 경영진 정모씨 등 7명은 사기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은 2019년 12월19일 접수됐지만 아직 1심도 매듭짓지 못했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어떻게 이뤄지나
기획부동산 사기는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호재가 있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표적 예가 개발제한구역이다. 개발제한구역 혹은 그 인근 땅이 규제가 풀리면서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빌딩이나 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가겠다고 확언한다. 물론 이 모든 게 속임수다.
하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땅을 보러 온 구매자가 아닌 직원들이다. 다단계 취업 사기 형식으로 직원들을 꼬드긴 후 이들에게 땅을 파는 것이다. 일부 업체에선 할당을 주고 판매분을 채우지 못한다면 직원들이 반드시 사게 하는 방식으로까지 영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취업이 쉽고 월급이 아닌 일당으로 급여가 나온다는 점을 매력으로 느끼고 기업부동산 사기 업체에 취업하게 된다. 이는 사기의 대상이 저소득층에 집중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울러 경매로 나온 땅은 싸다는 대중의 인식을 거꾸로 활용해 저소득층에게도 쉽게 땅을 팔았다.
교수 동원에 매입의향서 조작까지…한숨만 나오는 피해자들

한 매체에 나오는 우리경매 소개글. 가운데는 박모 교수, 오른쪽은 전 우리경매 회장 황모씨다. 황모씨는 2020년 8월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원본보기 아이콘직원들을 속이기 위해 교수까지 동원한 정황이 나타났다. 제보에 따르면 과거 모 대학교 부동산학과에서 재직한 박모 교수의 현판이 우리경매 부평지사 사무실에 걸려있었다. 제보자 A씨는 “박모 교수는 우리경매의 연초 행사가 있을 때 찾아와 전 우리경매 회장 황모씨와의 인연을 말하곤 했다”며 “우리경매 경영진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박모 교수 연구소 및 사무실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샀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속이기 위해 매입의향서까지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B씨가 과거 500억원이 예치된 통장과 그 위에 업체명이 적힌 종이를 직원들에게 돌렸다고 증언했다. B씨가 이 종이를 주면서 성남시 금토동 땅에 대한 해당 업체의 매입의향서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후 직원들은 대규모 자본이 가진 업체가 투자할 것이라고 믿고 판매하거나 직접 땅을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남시엔 같은 업체명을 가진 회사는 한 곳뿐이며 자본금도 1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의향서라고 보기에도 조악한 수준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입의향서에 명확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통장에 업체명을 적는 방식으론 매입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며 “B씨가 직원들에게 해당 문서를 줬다면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C씨는 “처음 기획부동산 사기 문제가 이슈화될 땐 금방 떼인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눈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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