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바이든에게 편지 남겨
불신 끊어내는 대화노력 필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직접 충돌은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불안한 정권교체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 가장 많았다.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터지는 상황에서 신구 권력간 갈등이 최고위층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보름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관례적인 만남조차 나누지 못했다. 몇 차례 만남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파열음만 확인했을 뿐이다. ‘신구 갈등’은 두 사람의 충돌을 요약하는 관용어가 됐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갈등을 빚는 모습은 국민마저도 두편으로 갈라놓고 있다.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퇴임 후 한국 대통령들이 겪었던 비극적인 역사를 우려한다. 그동안 외쳤던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임기제 대통령제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 정권교체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 시기가 얼마나 순조롭게 이행되느냐가 사실상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남겨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조차도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상한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월권’, 차기 정권에 맞선 ‘알박기’ 식의 날 선 공방 속에서는 안정적인 정권교체를 기약하기 어렵다. 신구권력 갈등 양상은 단순히 정권교체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 역시 위태롭게 만든다. 정치가 극단적 대립양상으로 치닫는 문을 열기 때문이다. 각료인선, 정부조직법 등 새정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하다. 그 시작은 불신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대화노력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국 때문에 못 살겠다…920% 관세 폭탄 때리자"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