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둘러싼 서방의 추가 제재 움직임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세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15달러에 육박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투심도 얼어붙은 모습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48.96포인트(1.29%) 떨어진 3만4358.5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5.37포인트(1.23%) 낮은 4456.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6.21포인트(1.32%) 하락한 1만3922.60에 장을 마감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36.14포인트(1.73%) 밀린 2052.21을 기록했다.
종목 별로는 유가 상승세에 따라 에너지주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표 에너지주인 마러선오일은 전장 대비 3.73% 상승 마감하며 최근 52주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슐럼버거 역시 2.94%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게임스톱의 주가는 라이언 코헨 회장이 회사 주식 10만 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에 15% 가까이 치솟았다. 식품제조업체 제너럴 밀스의 주가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공개하며 2% 이상 뛰었다.
반면 어도비는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으로 약 9% 미끄러졌다. 모더나의 주가도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 이후 4% 이상 급락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새로운 뉴스들을 살피며 유가 움직임과 인플레이션 우려, 국채 금리의 흐름에 주목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유가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이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한다"며 유가급등이 주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여전히 매우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24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추가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EU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에 맞먹는 에너지 제재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도 관건이다.
SPI 에셋 메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저는 "EU정상회담과 NATO정상회의가 석유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WTI 가격은 전장보다 5.66달러(5.2%) 오른 배럴당 11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3월8일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다. WTI는 이날 개장 초부터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폭풍과 악천후에 따른 시설 파손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소식에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세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2.41%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는 현재 전장 대비 하락세를 나타내며 2.3%안팎을 기록 중이나, 이 또한 이달 초의 1.7%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경우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 가능성을 앞서 시사한 상태다. 그는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행사에서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Fed 내에서도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어 이 또한 국채 금리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금 선물은 이날 온스당 1.29% 오른 1946.4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2% 이상 오른 23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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