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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뜬' 스타링크…소형위성 시대의 명·암[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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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뜬' 스타링크…소형위성 시대의 명·암[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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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미국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업체 스페이스X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상망이 파괴되면서 마비된 인터넷을 되살릴 수 있도록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개통을 부탁했다. 머스크는 흔쾌히 응해 같은 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일대의 위성망을 활성화시킨 후 안테나 단말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2020년부터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 중이지만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인터넷이 전세계적으로 위상을 굳건히 했다. 인류에게 소형 군집 위성(메가 콘스틸레이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기도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전망도 있지만 우주쓰레기 양산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소형 군집 위성이란?

무게 500kg 이하의 소형 위성이 동일한 임무 수행을 위해 군집해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링크의 경우 위성인터넷 서비스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소형 위성 수만개를 쏘아 올린다는 점에서 대표적 사례다. 머스크는 2014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스타링크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자체 제작한 팰컨9 로켓을 사용해 2000여개의 소형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 500~600km에 쏘아 올렸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이미 1만2000개 발사 허가를 받았고, 앞으로 4만개를 더 쏘겠다면서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아마존도 카이퍼라는 위성인터넷 업체를 차려 올해부터 총 3236기의 통선 위성을 발사한다. 한화가 3억달러를 투자한 영국의 원웹도 올해 내까지 수백개의 위성을 쏴 인터넷망 서비스를 시작한다. 위성인터넷 뿐만 아니라 플래닛랩스, 아이스아이 등 지구 관측용 군집 소형 위성을 직접 쏘아 올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군집 소형 위성은 초고속 통신망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다 첨단 ICT 기술의 발달ㆍ위성 제작 및 발사체 비용의 획기적 감소 등에 힘입어 ‘대세’가 됐다. 현재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로 접어 들었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무인 드론을 이용한 화물 운송ㆍ교통서비스 등을 위해선 위성을 통한 정확하고 빠른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나 디스플레이ㆍ반도체 기술이 향상돼 위성 제작 비용은 줄어들고 성능은 개선돼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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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로켓 등으로 발사체 비용도 저렴해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ㆍ항우연)에 따르면 현재 소형 위성 1kg 당 발사 비용은 최소 7500달러, 평균 2만 달러대로 하락한 상태다. 소형 위성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일내 제작해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수명이 짧다. 1년 안팎에서 길어야 2년이 고작이다. 성능의 한계도 있다. 현재의 소형 위성으로는 해상도 3m가 고작이어서 고정밀 이미지 촬영은 불가능하다. 서브미터급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서비스하려면 3t급 이상의 대형 위성이 필수다. 고화질의 스마트폰이 아무리 많이 출시되고 고성능 카메라의 수요가 여전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럼에도 소형 위성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로컨설트는 지난해 4월 소형위성시장 보고서에서 2021-2030년 새 1만3912기의 소형위성(500kg 이하)이 발사될 예정이며 총 시장 규모도 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2029년 10년간 소형통신위성이 이전 10년에 비해 28배(205기→5687대) 더 발사되고 소형 관측위성도 같은 기간 576대에서 1521대로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임창호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위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나 기관 기업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졌고 장기적으로는 중대형 위성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초고성능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으므로 목적에 따라 최적의 조합, 즉 가성비를 따져셔 적절히 중대형ㆍ소형 위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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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도요샛’ 위성 개발

우리나라에서도 소형 군집 위성 기술을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하다. 올해 발사될 예정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SNIPE) 위성이 대표적이다. 도요샛 위성들은 고도 500 km에서 궤도 경사각 97.7도인 극 궤도로 발사된다. 가람, 나래, 다솔, 라온 등 4기로 구성돼 종대비행, 횡대비행을 한다. 서로 간의 거리를 조절하며 다양한 우주날씨를 관측, 분석한다. 종대비행으로는 시간적 변화를, 횡대비행으로는 넓은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또 대규모 단일 위성으로 관측하는 한계를 넘어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다. 천문연은 "우주 플라스마 분포의 시공간적 변화를 미세한 수준까지 관측해 태양풍에 의한 우주폭풍을 예측하는 등 우주날씨 예보와 분석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우주날씨를 정확하게 관측하면 위성통신 교란, 전력망 손상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샛은 1년6개월간 활동하며 이중엔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합동 연구도 포함돼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올해 발사 여부는 유동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0년부터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을 위해 군집형 초소형위성 11기를 개발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민간위성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와 함께 시스템ㆍ본체ㆍ탑재체를 제작하고 있다. 2030년대까지 3조7000여억원을 들여 8기를 발사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도 있다. 또 군 당국은 초정밀 정찰ㆍ감시 군집 위성시스템인 4.25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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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궤도 포화, 골칫거리

문제는 너도 나도 대책없이 쏘아 올리게 되면 ‘골칫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빛 공해’가 벌써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스타링크 위성 2000여개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지상 망원경을 통한 천체 관측ㆍ감시가 어려워졌다. 실제 캘리포니아 팔로마천문대가 2019년 11월~2021년 9월 사이에 천체 관측 장비 ZTF로 찍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저궤도 군집위성이 밤하늘에 만든 줄무늬가 5301개 발견됐다. 계획대로 스타링크 등이 발사되면 2020년대 말 위성 줄무늬가 없는 천체 관측 사진을 찍기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국제천문연맹(IAU)이 오는 4월 전문 기구를 설치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위성에 검은 색을 칠한다거나 구조를 바꿔 빛 반사를 줄이는 등의 대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위성의 수명이 짧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쓰레기의 급증도 예상된다. 길어야 2년 안팎인 소형 위성 수만개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끝난 후 초속 7km의 엄청난 속도로 떠돌게 되면 지구 궤도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승리호’에서 보여준 ‘쓰레기 하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ㆍ일본ㆍ미국에서 민간업체들의 우주쓰레기 청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이유다. 국제적으로도 유엔(UN) 외기권평화적이용에 관한위원회(COPUOS)에서 ‘우주쓰레기 경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제우주잔해물ㆍ쓰레기조정위원회(IADC)’를 통해 우주궤도의 혼잡에 따른 교통 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IADC는 오는 6일 제주도에서 총회를 열고 최근의 우주쓰레기 급증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항우연과 미국의 NASA 등 각국의 우주 개발 대표 기관들이 참여해 우주 쓰레기나 파편의 처리를 위한 기술적 논의를 하는 기구"라며 "우리나라도 2014년 회원국으로 가입해 참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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