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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에서 단합으로'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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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부총리 '홀로도모르' 언급 "100년 이상 탄압 받은 우크라인 단결하는 법 알아"

'분열에서 단합으로'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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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9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 존스'는 1930년대 초 이시오프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몰래 잠입한 영국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스탈린 정부가 출입을 금지한 지역에 잠입하면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다. 당시 소련 정부가 언론을 완전히 장악해, 유명 외신에서도 소련을 비난하는 기사는 찾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주인공은 소련군 뿐 아니라 굶주림 때문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그 어디에서도 먹을 것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굶주림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그는 꼬마들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꼬마들이 준 고기가 든 수프를 허겁지겁 먹고는 정신을 차린다. 꼬마들은 이웃 집의 시체에서 살점을 떼내 배를 채우고 있었고 이를 뒤늦게 안 기자는 기겁하며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해낸다.


미스터 존스는 1930년대 초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대기근 '홀로도모르(Holodomor)'를 소재로 한다. 당시 3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되며 스탈린 정권이 의도적으로 대기근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있다. Holodo는 기아, Mor는 많은 죽음을 뜻한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홀로도모르가 자주 언급된다. 올가 스테파니쉬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항상 어려운 시기에는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는 홀로도모르에서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100년 이상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단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파니쉬나 부총리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인들은 전례없는 단합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으며 한 외신은 이를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탄생이라고 평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30년 동안 우크라이나는 친러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충돌하며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단체 레이팅이 지난 12~13일 우크라이나 전역의 약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무기를 들거나,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우크리이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돕고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91%는 되레 희망을 느낀다고 답했다. 레이팅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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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시아 성향의 주민들 조차 무기를 들고, 돈을 기부하고 자원 봉사에 나서고 있다. 애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환영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2014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내고 2014년, 2019년 대선에도 출마한 유리 보이코는 최근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나라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비난한다"며 "끔찍한 시간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돕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고 우크라이나를 지킬 것"이라고 썼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시민들에게 전쟁 지역에서 난민을 돕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입대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하르키우 물리기술대학의 세르게이 우텐코프 교수는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평했다. 그는 "국가에 대한 신뢰가 커지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이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 연설에서 "시련이 닥쳤을 때 즉각 단합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인들의 힘"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공통점을 찾고 함께 싸우며 정체성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리비브의 아드리 사도비 시장은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탄생을 보고 있다"며 "이런 저항을 보여주는 다른 동유럽 국가를 상상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 같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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