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롯해 獨·中·日 모두 산업부처가 통상 기능 겸해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구조…통상정책에 기업 의견 반영하려면 현 체제 바람직"
日 수출규제, 외교참사→경제안보 위협한 대표 사례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의존도가 큰 국가 대부분은 통상정책을 외교부처가 아닌 산업부처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통상 기능'을 1948년부터 줄곧 산업부가 주로 담당했지만 DJ(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외교부로 이관됐다가 2013년 다시 산업부로 옮겨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정부 조직개편에 대비해 산업부와 외교부가 통상을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글로벌 제조강국인 한국의 경우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통상 기능까지 담당하는 현 체제가 적합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제조강국, 산업부처가 통상정책 도맡아=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정부 조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국 중 9개국에서 산업부처가 통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중이 34.5%로 가장 높은 아일랜드를 비롯해 중국(26.1%), 한국(24.8%), 체코(21.9%), 슬로베니아(20.6%), 일본(20.3%), 터키(19.1%), 독일(18.1%), 스위스(18.1%) 등이 이들 국가에 포함됐다(2020년 세계은행 집계 기준). 예컨대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는 산업부, 독일은 경제기후보호부, 일본은 경제산업성, 중국은 상무부 등 모두 산업정책 담당 부처가 통상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무역 규모 역시 큰 국가란 공통점을 가졌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10개국 중 유일하게 인도네시아만 산업부처, 외교부처가 아닌 독립 부처에서 통상정책을 담당한다. 통상부처를 독립기관으로 두고 있는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영국의 국제통상부 모델과 같다.
반면 제조업 비중과 무역 규모가 낮은 국가들은 외교부처가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국가 면면을 보면 호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5.6%에 불과했고 캐나다(9.6%), 아이슬란드(8.6%), 칠레(9.9%) 모두 한자릿수에 그쳤다.
통상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파는 등 무역으로 먹고 사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며 "기업의 목소리를 통상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선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한 부처에서 아우르는 현 정부 조직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참사가 부른 日 수출규제…외교부에 '경제안보' 맡기라니=외교부는 '경제안보' 논리를 앞세워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국가 간 동맹이 기존 '안보' 기반에서 '경제+안보'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 7월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산업계가 발칵 뒤집힌 경험에 비춰볼 때, 외교부에 통상정책 주도권까지 주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와 기업에 강제동원 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양국 관계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일본의 대(對)한국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낳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통상정책 부문에서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산업정책으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에 나선 건 모두 산업부였다"며 "외교부가 외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산업부가 뒷수습을 다 했는데, 통상 기능까지 가져가면 외교와 통상 모두 제대로 챙길 수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산업부는 외교참사가 부른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충격을 수습한 뒤 공을 인정받아 소부장 관련 조직을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주장하는 '경제안보'는 결국 공급망 관리, 개별 품목 관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산업, 자원을 모두 담당하는 산업부가 통상 기능까지 총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FTA 등 글로벌 무역협정에 여러 차례 참석한 한 통상 전문가는 "외교부는 전통적으로 통상을 '서자' 취급해 왔고, 그간 통상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산업부로 기능을 이관했는데 이를 다시 외교부로 옮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상 기능을 굳이 옮겨야 한다면 외교부가 아닌 독립기관에서 담당토록 하고,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직속 기구로 격상해 통상정책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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