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란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이 LNG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복원되고 에너지 수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이란은 핵합의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란 국영 석유공사 성명을 인용해 이란석유공사가 오는 4월30일까지 소형 LNG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해줄 것을 투자자들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란석유공사는 소형 LNG 개발 규모와 시기, 위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란의 가스 매장량은 세계 2위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이란은 터키와 이라크에는 일부 가스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인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뒤 그해 11월5일 이란의 에너지 수출과 관련한 제재를 복원했으나 이란에서 LNG와 전력을 수입하는 이라크에는 제재 예외를 허용했다.
이란은 수출 제재가 풀리면 유럽에 대규모 가스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향후 러시아의 가스 수입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11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비중을 줄여 2027년에는 독립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당장 올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모를 3분의 2 줄이자고 제안했다.
1년 전만 해도 MWh당 17유로였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5일 MWh당 112유로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장중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며 345유로까지 올랐다.
블룸버그는 제재와 자본 부족 탓에 이란에서 최소 8개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단된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토탈, 러시아 가스프롬과의 합작 사업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 핵합의 복원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되던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교착 상태에 빠졌고 결국 지난주 중단됐다. 현재 각국 대표단은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은 이란과 지난해 4월부터 빈에서 2015년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며 최근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가 새로운 요구를 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이 러시아에 취한 제재 조치가 향후 이란과 하는 사업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서방과 러시아가 어느정도 타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는 JCPOA와는 무관하며 합의 시행에도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가해진 미국의 제재가 JCPOA 타결 후 러-이란 간 교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 재개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러시아는 오스트리아 빈 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핵협상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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