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시험방식 까다로워
화물차 등 비용상승 불가피
경유차 신규등록 30%↓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분야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연기관 차량 조기퇴출을 내걸면서 완성차업계 안팎에선 향후 세부 대책 수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버스·트럭 등 중대형 상용차와 직접 관련이 있는 차량 배출가스 규제 유로7을 임기 중인 2025년 도입을 공언한 것과 관련, 실제 정책 반영 여부가 관건이다.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를 쓰는 내연기관차량 신규등록 허용 불가 공약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직 10년 이상 남아 충분히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으나, 유럽에서도 논란이 있는 유로7을 당장 3년 후부터 국내에서도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尹 "배출가스 10분의 1 유로7, 2025년 도입"
유로7은 앞서 2014년부터 유럽에 적용중인 차량 배출가스 규제방안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에 대한 사실상의 마지막 규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나온 초안대로라면 기존 기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신규 물질을 규제하고 시험방식도 까다로워진다.
통상 우리나라는 그간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유로1~6)를 몇 년간 시차를 두고 적용해 왔다. 유럽이 유로1을 1992년 처음 도입했을 당시 우리나라는 1994년에, 승용차까지 확대한 유로3는 유럽이 2001년, 우리는 2005년부터 적용했다. 가장 최근 적용한 유로6는 단계별(A·B·C스텝)로 유럽이 2014~2018년에 걸쳐 도입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5~2021년에 적용, 1~3년가량 차이를 뒀다.
유럽에서도 유로7을 둘러싸고 상용차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치를 정하는 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020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초안만 내놓은 상황인데 당초 지난해 확정하려 했으나 해가 바뀐 현재까지도 답보상태다. 유럽집행위원회 배출가스규제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초안에 따르면 대표적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의 경우 120㎎/㎾h(A안), 적게는 40㎎/㎾h(B안) 수준으로 유로6에서 정한 기준(460㎎/㎾h)보다 최대 90% 이상 줄여야 한다. 일산화탄소·메테인 등 다른 물질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여기에 아산화질소·메탄 등 종래에 규제하지 않던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방안, 시동 후 주행 8㎞ 이내 배출량에 대한 규제기준을 요구하는 등 현재 기술력으로는 맞추기 힘든 내용도 거론되고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트럭이나 화물차·버스 등 상용차는 유로6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후처리장치를 부착하고 있다"며 "현재보다 규제기준이 더 올라간다면 추가 부품, 연구·기술 개발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새정부도 이어질 듯
시기의 문제일 뿐 경유차 퇴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차량 가운데 경유차는 41만6000대 수준으로 한 해 전보다 29% 이상 줄었다. 전체 신규 등록차량 가운데 경유의 점유율도 31%에서 24%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기아는 승용차 가운데 일부 레저용차량(RV)만 디젤모델을 팔고 있으며 이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만 판매 중인 수입차 브랜드도 있다. 완성차 메이커마다 내연기관 신규 개발을 그만두고 전동화에 힘을 싣는 것도 앞으로 환경규제가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공약을 내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충전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주유소·LPG충전소 내 전기차 충전설비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요금도 5년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충전요금은 그간 특례할인이 축소되면서 올해 7월부터 ㎾h당 313원(급속충전 기준) 수준으로 오르는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르는 것이다.
친환경차 확대 방향에 대해선 업계나 소비자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터라 새 정부가 다방면으로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하는 기류가 있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친환경차 보급확대 방향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저공해차 보조금이나 제도·인프라 개선, 부품업계 연구개발(R&D) 지원 등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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