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갔어야" 반감 등 작용
폐지보다 조정 재편 목소리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이제는 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공약 실행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14일 존폐 기로에 놓인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가 두숭숭한 분위기에 술렁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솔직히 여성가족부 필요하다고 보나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이동해도 되는데."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현직 공무원의 글이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이 공무원은 다른 부처에서도 여가부의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20대 공무원 임모씨도 "여가부는 고유 업무가 딱히 없어 자주 존폐 위기에 놓인다"며 "현재 여가부가 하는 일을 보면 여가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하면 안 된다고 대응해야 하는 데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론이 안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 외에도 여가부 폐지와 관련, 공무원들이 올린 글은 수십여 개에 이른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공무원들은 부처기능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이유와 비슷하다.
이면에는 여가부에 쌓인 불만, 반감도 자리한다. 대다수 부처가 세종에 있는 것과 달리 여가부는 외교부, 국방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서울에 있고 현재 정부서울청사 17층에 자리잡고 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40대 공무원은 "국방부와 외교부 등은 국가 수도에 위치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여가부의 경우 왜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을 갔어야지 왜 서울에서 겸상을 하고 있는가"라는 조소섞인 반응도 있다.
관가에서는 폐지보다는 조직·기능 재편에 무게를 둔다. 경제 부처에 근무하는 30대 이모씨는 "여가부 기능을 확대해 양성평등부를 만드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심각해지는 인구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앞서 발표한 대선 공약집에서 여가부를 양성평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여가부 폐지’ 이슈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여가부 폐지로 2030 여성들의 표심을 잃은 상태에서 여가부 폐지를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경우 추가 지지층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며 "성별 갈라치기 등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상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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