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정권교체는 시장회복[아경-동국대 폴리티쿠스랩 공동기획②]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시장에 자유와 열망을 허하라'

20대 대통령 선거는 정권 교체가 화두였다. 수많은 네거티브가 난무했지만 결국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바탕에는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교체는 경제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 회복을 의미한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경제 정책 목표는 ‘소득 주도 성장’과 ‘집값 안정’일 텐데, 이 목표에 이르려는 수단들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임대차 3법 등, 종류도 수도 많은 정책들이 물량공세처럼 시행됐다. 이러한 정책들의 공통된 속성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작용을 과격하게 바꾸려 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작용을 바꾼 결과는 모두가 경험한 것처럼 참담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고 집값은 폭등한 것이다.

시장은 거래가 일어나는 곳이다. 거래는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 판매자와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구매자가 동의해서 이뤄진다. 즉 시장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열망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곳이다. 중요한 점은 그 부딪치는 열망이 한두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 전 세계인으로부터 빠짐없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지난 5년 간 많은 영역의 시장이 너덜너덜해졌다. 대표적으로 노동시장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차지한 사람에게는 안락해졌지만,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문턱이 벽처럼 높아져 버렸다. 집값은 그간의 규제를 원점으로 돌린다고 해도 5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경제의 영어 표현인 '이코노미'는 고대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에서 왔다. ‘집’을 의미하는 ‘오이코스’와 ‘관리하다’는 뜻의 ‘노미아’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한 가계를 이루는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경제의 근본이라는 것이 어원에서 읽힌다. 그런데 그 영어 표현이 일본에서 ‘경제’로 번역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에서 자리 잡았다. 경제는 경세제민을 줄인 말로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백성을 구제하는 게 결국 잘 먹고 살게 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해석했다.

주목할 점은 ‘가계의 관리’와 ‘백성의 구제’는 주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가계를 관리하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주체는 나랏님이다. 경세제민을 요즘 말로 표현하면 국가를 잘 운영하여 국민을 잘 살게 한다는 뜻이다. 일견 맞는 말로 들리지만 애초에 오이코노미아에 없던 어감, 즉 개인이나 가계가 먹고 사는 문제에 통치자가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정신적 풍토가 경세제민에는 추가돼 버렸다.


문재인정부는 국가 과잉 상태가 아니었을까. 그 행보가 위태로웠던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사회라는 유기체의 건강한 세포인 개인의 입지를 점점 좁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치 죽지 않고 증식하기만 해서 문제인 암세포처럼 계속 커졌다. 정상 세포에 가야할 영양분까지 가로채가며 말이다. 당선인에게 바란다. 오늘날의 경세제민은 시장을 존중해야 하기에 오이코노미아에 자유와 열망을 허하시라고 말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