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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소년범 혐오, 이젠 달라요…현실 돌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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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년심판' 심은석 판사役 배우 김혜수
가해자 혐오 모두의 고민…끔찍한 범죄에 분노·안타까움 머물러
"타인의 삶 인식하는 사고 편협…모든 잘못들이 소년들의 몫일까"
새로운 방향 모색하는 계기 되길 희망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라임라이트]소년범 혐오, 이젠 달라요…현실 돌아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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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심은석 판사의 언론 인터뷰로 시작한다. "왜 소년부 판사를 택하셨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혐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드라마의 결말도 같은 답변으로 매듭지어진다. 조금 차이는 있다. 대법원 징계위원회에서 법관으로서 태도와 생각을 묻자 "그 전과는 다르게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한다.

심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는 ‘그 전과는 다르게’라는 말이 붙기까지 과정을 약 10시간에 걸쳐 보여준다. 실체는 소년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다. 심 판사는 전문성을 앞세워 냉정한 처분을 내리지만 이따금 혐오에 사로잡혀 중립성을 잃는다. 나근희 부장판사(이정은)와 과거 처분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를 설파하는 얼굴에서 소년범죄 피해자 부모로서 울분과 분노가 새어 나온다.


"고작 3분이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재판받으러 와서 처분까지 걸린 시간이. 아이들이 뭘 배웠을 것 같습니까? ‘법이라고 모든 피해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구나’ ‘아, 법 참 간단하네. 고작 3분이면 재판이 끝나는구나.’… 소년 사건이 속도전이라고요? 그래서 애들이 저 모양인 겁니다. 왜 재판을 속도로 처분합니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해서 놓쳐 버린 아이들, 그 피해자들은 대체 누가 책임지는데요? 왜 부장님은 사명감이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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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개인적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는 동시에 법조인으로서 신념을 토로하는 장면"이라며 "소년범죄 가해자를 혐오하는 우리 모두에게 고민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소년범죄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심 판사를 연기해보니 아니었다. 끔찍한 범죄에 분노나 안타까움을 표출하는 데 머물렀더라. 타인의 삶을 인식하는 사고가 편협돼있었다."


소년재판의 목표는 장래 개선 가능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性行) 개선 교화를 위한 보호처분이다. 비행 사실 수사뿐만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의 면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대상은 주로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성장해야 할 어린 소년들. 어른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거리를 떠돌다 비행세계에 발을 담그고 소년재판에 맡겨진다. 이들도 대한민국의 청소년이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용 가치가 없어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재비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시스템마저 개선되지 않아 보호처분에 방점이 찍힌 소년법에만 비판이 가해진다. 대부분 소년이 정신을 차리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처럼 형벌로 다스리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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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는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보호처분은 교육과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6개월~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져 자유를 박탈당한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형사처벌보다 더 무겁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반드시 교도소에 가는 것도 아니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절도나 폭행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면 대부분은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다. 심재광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저서 ‘소년을 위한 재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성인은 집행유예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 무거움을 실감할 수 있으나 소년들은 잘못해도 그저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소년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9조에는 "14세 미만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14세 이상의 소년은 검사의 선택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고, 소년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소년심판’에 모티브가 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미성년 공범이 성년인 공범과 함께 형사재판을 받은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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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판사는 소년범죄 피해자 부모로서 대중의 혐오를 대변하면서도 이 같은 맹점을 상기하며 의미 있는 처분을 찾아간다. 소년범죄의 총체적 현실을 냉엄히 바라보며 피할 수 없는 숙제로 각인한다. 김혜수는 현직 판사들과 교감하며 인물 묘사, 분위기 조성 등에 사실성을 부여했다. 그는 "하나같이 소년범죄가 1%의 강력사건 때문에 악랄하게 인식되고 왜곡되는 점을 우려했다"면서 "이번 작품이 소년범죄 전체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랐다"고 전했다.


"저 또한 소년재판에 참관해 갖가지 눈물을 목격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잘못이 소년들의 몫일까?’ ‘어른들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소년범죄 가해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범죄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만큼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김혜수는 열여섯 살 때 비행세계에 발을 담근 소녀를 그린 적이 있다.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 2(1986)’ 속 유리다. 아버지의 비도덕적 행위에서 비롯한 가정불화로 탈선하기에 이른다. 이어지는 일탈은 현실을 부정하는 치기로 나타난다.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만 조명돼 소년범죄의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다. 미성숙한 소년이 스스로 힘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진 성인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무기력한 교훈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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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비행을 다루는 태도에서 지금과는 온도 차가 컸던 작품"이라며 "세월이 흘러 성숙해진 시선이 소년범죄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근희 부장판사가 마지막 재판에서 하는 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우리 모두의 고백일 수 있다.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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