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러시아를 멈춰 세우기 위한 서방 진영의 추가 제재로 자칫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을 예고해 온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정례회의를 앞두고 다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 전면적인 금융제재,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 가능성 등 새로운 리스크 요인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WSJ는 "이제 경제학자들은 1970년대 저성장 속에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더 많이 경고하고 있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Fed는 오는 15~16일, ECB는 오는 10일 각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중앙은행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다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늦출 경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더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우리는 이미 1973년과 1979년의 오일쇼크로 이러한 장면을 두 번 봤다"고 지적했다.
이미 Fed는 이달 FOMC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UBS는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성장 불확실성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정점이 뒤로 밀리면서 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8%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였던 1월 상승폭(7.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2월 말부터 본격화했음을 감안할 때 최근 유가 급등 등의 여파로 4월 초 발표될 3월 CPI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잇따른다. 피델리니 인터내셔널의 거시전략담당자 살만 아메드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높은 인플레이션, 낮은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며칠 또는 몇주 내 러시아발 실물 상품 흐름이 막힐 경우 유럽 등의 전면적 경기 침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더욱 큰 통화 정책 딜레마에 처했다는 평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은 최대 2%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ING는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성장을 짓누르며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상승시킬 것"이라며 "특히 유럽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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