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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헌법상 권력분립 훼손하는 무분별한 ICT 행정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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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헌법상 권력분립 훼손하는 무분별한 ICT 행정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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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구속하는 법규의 형태는 다양하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 행정부가 만드는 행정입법(시행규칙·훈령·고시·예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의무 부과는 반드시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국민을 일차적으로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의사결정은 국민의 다양한 견해와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공개적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다원적 구성의 합의체에서 이뤄진다. 즉 일반 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허용하고 그들의 참여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과 공개토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행정입법과는 다르다.

최근 법률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더 낮은 행정입법이 법률보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과다하게 구속하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ICT 관련 법은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라는 특성, 여러 행정부처 관련성, 빠른 환경변화, 빈번한 조직개편 등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의 ‘상호접속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망 상호접속 대가의 산정 기준’은 그 정산 방식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은 그 구체적 기준을 제시함 없이 ‘고시’에서 ‘대가의 산정 기준’을 정하도록 포괄위임했다. 실제로 해당 고시의 개정 과정에서 규제심사위원회를 거치긴 했으나, 비중요 규제로 상정되어 실제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인터넷망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러한 행정입법을 적극 애용(?)하는 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다. 2020년 6월 개정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은 ‘표시·광고 공정화법’에서 위임된 사항을 정하는 ‘행정규칙’이다. 그러나 ‘표시·광고 공정화법’에서는 법 적용 대상을 ‘사업자’로 제한했으나 동 지침은 그 적용 대상을 유명인에 해당하는 ‘개인’까지 확대하고 있다. 물론 인플루언서가 특정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유튜브 등에 업로드할 콘텐츠를 제작한 후 유료광고임을 표기하지 않는 일명 ‘뒷광고’를 규율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표시·광고 공정화법’이 수범자를 사업자 등으로 제한한 것은 개인이 하는 홍보나 표시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허용하되, 사업자가 업으로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만 규율하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다. 동 지침은 입법자의 이러한 결단을 초과해 ‘유명인’이라는 개인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표시·광고 공정화법’이 정한 위임한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더불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이라는 행정입법을 감행하고 있다.


동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개념을 비롯해 이해 대립이 첨예하며 아직 학술적·실무적으로도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개념과 관행들을 포함하고 있다. 거의 2년간 국회에서 논의 중이며 아직 법률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을 행정부가 단독으로 행정입법을 통해 규율하고자 하는 것은 법률 위임의 한계를 일탈한 행정부의 과욕이다. 이러한 행정입법의 무분별한 창설은 부당한 국민의 권리 제한과 의무 부과로 이어지며,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권력분립 원칙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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