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O형 혈액형 보유자의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국립보건연구원과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과대 등 공동연구팀은 혈액형을 결정하는 단백질이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상관관계가 있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3000종 이상의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했다.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혈액 내 단백질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때 '멘델식 무작위 연구'를 접목했다. 멘델식 무작위 연구는 유전체 기반 연구로 감수분열 시 유전자 변이들이 무작위로 배정되는 특성을 이용해 유전자 변이가 많은 집단과 적은 집단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다른 간섭요소를 배제하고, 두 요소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학연구에서 인과관계를 도출하기 위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5504개의 유전체를 통해 3000종 이상의 단백질을 분석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을 유발하는 단백질 6종과 위중증 또는 사망으로부터 보호하는 단백질 8종을 식별해냈다.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에는 혈액형을 결정하는 단백질인 'ABO'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어느 혈액형의 사망 가능성이 더 큰지에 대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며 "그간 코로나19와 상관성이 높다고 언급된 A형을 우선 조사해 볼 것"이라 언급했다.
앞서 A형 보유자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두고 여러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3월4일 A형이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이 A형의 혈액과 잘 결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독일 연구팀도 2020년 6월 이탈리아와 스페인 병원 7곳의 중증 환자 1980명과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 2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A형의 중증 확률이 50%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유타주 인터마운틴 메디컬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와 혈액형 사이에 어떠한 구체적인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국결과를 발표하며 팽팽히 맞섰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민감성이나 중증도와 혈액형 유형을 분석한 앞선 연구들을 통계학적으로 재분석하고 새롭게 대규모 임상 분석을 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O형보다 그 외 혈액형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전에 A형의 위험이 가장 크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었으며, 우리도 A형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ABO 단백질 외에 5가지 단백질(GCNT4, CD207, RAB14, C1GALT1C1, FAAH2)도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또는 사망 유발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GCNT4가 가장 인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면역세포와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세포 부착 분자 3종은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과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전에 코로나19가 혈관 내막 관련 질병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라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제롬 브린 영국 국립보건연구원 정신건강생물의학연구센터 연구원은 "단백질들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과 어떤 형태의 인과관계가 있고 잠재적인 예방 또는 치료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후속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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