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집주인은 임대차법, 세입자는 대출부담에…월세화 가속페달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집주인은 임대차법, 세입자는 대출부담에…월세화 가속페달
AD
원본보기 아이콘



임대차법 시행후 전세가 급등

전월세전환율 4.7%인데

대출 막히고 금리 올라 5%대

세입자들 월세 낫다고 판단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황서율 기자] 서울 송파동 잠실엘스에서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총 24건의 전·월세 거래가 있었다. 이중 전세 거래는 5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19건은 월세를 낀 거래였다. 전달인 1월에는 70건 거래 중 전세가 34건, 월세가 36건이었다.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넘어선 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1월의 경우엔 전체 거래 78건 중 전세가 53건으로 월세보다 두 배나 더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집주인과 세입자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결과= 최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된 건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하려는 집주인 생각과, 높아진 전세 대출이자를 내느니 월세를 부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세입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2020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주내용으로 한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전세가격이 급등한 것도 큰 영향을 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공동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임대차법 시행월(2020년 7월) 대비 올 1월 77% 올랐다.


전세가격은 올랐는데 대출은 막히고 금리는 오르니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인 전·월세 전환율과 전세대출금리를 비교해보자.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4~5%대다. 그리고 전국 공동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4.7%(지난해 12월 기준)다. 예컨대 2억원을 대출 받아 5억원짜리 전셋집에 살면 은행 이자가 월 125만원(연 5%·상환기간 2년)인데 2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한달에 117만5000원을 내면 되는 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매와 전세시장이 불안하고 전세 대출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전셋값 폭등 시 ‘월세난민’ 우려도= 월세화 현상의 한 축인 집주인들의 ‘세금 전가’ 현상은 3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현실화될 때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에 너도나도 동참할 것이기 때문이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거래량은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월세는 값이 올랐어도 동일한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며 "세입자들도 월세를 선호하니 세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말 2년 차를 맞이하는 임대차 3법도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주목 받는다. 집주인들이 그동안 못올린 전·월세 상승분을 반영해 신규 물건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은 오르고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오른 전세가격을 대출로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월세로 내몰리는 도미노 현상이다. 여기에 월세가격이 상승하면 새로운 터전을 구하기 위해 서민들이 더 외곽으로 밀려나는 ‘월세 난민’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5%룰’ 때문에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집주인이 많았다"며 "8월 나오는 신규 물량은 이를 감안해 전·월세가를 올려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 변화 시 다시 전세 우위 가능성도 여전= 물론 최근의 월세화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2년 34%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2014년 41.6%로 상승했고 2014년 1월에는 월세 계약 건수(4018건)가 전세(3274건)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매매시장의 하향 안정과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원인이었다.


전세보증금으로 갭 투자에 나설 유인이 적고 예금 이자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즉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 모두에서 월세화를 부추기는 최근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시도 시장 상황이 바뀐 후에는 다시 전세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월세화 현상이 2014년 때보다는 장기화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전세제도의 종말’로까지 보지 않고 있다. 즉 월세가격이 전세 대출이자 부담을 넘어서는 상황이 오면 전세 우위 시장이 빠르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세입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전세제도의 부활을 예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