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애자일~애자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도 수 년 간 주목 받아온 애자일 혁신,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애자일 혁신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소수의 인원을 소집해 팀을 꾸리고 상황에 따라 요구사항을 빠르게 변경하며 피드백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 형태를 말하는데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죠.
'21년' 성인된 애자일 진짜 정착했나
애자일 혁신이 올해 2월 21일을 기점으로 21살, 성인이 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애자일 혁신은 2001년 2월 21일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개발자 17명이 모여 '애자일 연합'을 꾸린 것에서 시작됐는데요. 1990년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문제를 삼고 이를 바꾸기 위해 생긴 연합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규모의 개발자가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해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소규모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게 된 거죠.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연합을 만들어 공정과 도구보다는 개인과 상호작용을 우선시하고, 문서보다 소프트웨어를 핵심에 두며,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에 방점을 두고, 계획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한 거에요. 이후 구글,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방식을 먼저 도입했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 국내에도 2010년대 중반부터 들어오게 됐어요.
20년간 기업에서 다뤄진 애자일 혁신, 이름 뿐 아니라 '진짜배기'로 정착했을까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애자일 혁신을 도입한 전 세계 15개 산업 내 40개 이상의 기업에 있는 약 1만15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4년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애자일 혁신의 만족도를 확인해보고 실제 제대로 업무 환경에 도입이 됐는지, 어떤 환경에서 효과적이었는지를 본 겁니다. BCG가 분석한 지난 20년간의 애자일 혁신 도입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실패를 용납하는 '학습 조직'서 성공적이었다
BCG가 가장 먼저 찾은 애자일 혁신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에서 이 방식이 통했다는 겁니다. 학습 조직은 과거의 성취나 관행에 머물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데요. 자신의 조직 내 애자일 혁신이 통한다고 느낀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조직 문화가 실패를 장려하고 그 속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답을 했어요.
실제 애자일 혁신과 관련한 51개의 문장을 주고 이에 동의, 비동의하는 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몇가지 항목에서 양쪽의 응답자 답변이 또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BCG는 분석했어요. 특히 애자일 혁신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직원의 93%는 자신의 조직이 전문지식을 개발하고 팀 간에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 외에도 학습, 지식 공유, 지식의 지속적인 개발, 훈련이 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지가 애자일 혁신에 대한 만족도를 판단하는 데 핵심 요소가 됐다는 걸로 풀이되는데요. 이를 토대로 보면 학습조직이 기본적으로 지식에 목마른 직원들이 모여있는 만큼 애자일 혁신이 효과를 거둔 것 같아요. BCG가 "애자일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의 체계를 세우며 결정을 내리고 배우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 것도 조직의 기본적인 특성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설명인 듯 합니다.
기존 조직과의 소통, 애자일 성공의 핵심
이렇게 애자일 혁신이 성공적이기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BCG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애자일 혁신이 규모가 큰 조직에서 기존에 운영해온 업무 방식과 충돌해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치 동그란 구멍에 네모난 못을 쑤셔박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는 의미인데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조직의 규정이나 리스크 관련 프로세스 등으로 인해 업무가 늦어진다고 답했거든요.
예를 들어 사내 변호사가 계약과 관련해 너무 오랜 시간 검토를 진행한다던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승인 여부를 놓고 IT 담당 직원이 한참을 답하지 않는 것, 재무팀에서 애자일 팀에 필요한 예산을 유연하게 제공해주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그야말로 조직 내에 애자일 팀이 있을 때 다른 조직과의 상호작용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그 조직이 애자일 팀을 수용하는지가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의미겠죠. BCG는 "애자일은 개별 팀에 국한해서는 그 잠재성을 펼치지 못한다"면서 "애자일 방식이 도입되지 않은 조직과도 효과적으로 상호작용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늘 조직 문화 혁신을 외치며 변화를 모색하는데요. 애자일 혁신도 그 중 하나죠. 많은 기업들이 '애자일 혁신을 할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하지만 업무 방식의 변화는 실패한 채 이름 뿐인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진짜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의 필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으려면 과거를 돌아봐야겠죠. "애자일의 핵심은 계획을 따르는 것보다 변화에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라는 BCG의 조언을 새겨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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