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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민망한 소음' 고민 이웃에 "우리도 내자"며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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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창피해서 멈출 것" 제안… 함께 오피스텔 벽 향해 가짜 신음
"너무 연기톤… 더 크게 하자"며 신체 접촉한 피고인
法 "미필적 고의"… 벌금 500만원 선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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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2020년 10월22일 밤 10시 서울의 한 오피스텔. A씨(40·남)의 원룸 초인종이 울렸다. 옆집 B씨(28·여)가 "성관계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며 항의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혼자 있던 A씨는 그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A씨가 B씨를 따라 복도로 나가보니 반대쪽 옆집인 '204호'에서 민망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벽 하나를 낀 B씨의 집 안에선 더 크게 들렸다.


화를 내며 204호로 쳐들어가려던 B씨를 제지하고 A씨는 "그러다 싸움 날 것 같아요. 이쪽에서 같이 성관계하는 것처럼 (연기하며) 소리를 내면, 옆집에서 듣고 창피해서 그만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B씨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B씨의 집에서 옆집 벽을 향해 나란히 서서 '가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A씨가 "너무 연기톤이다. 더 크게"라며 B씨의 엉덩이를 때리고, 입을 맞추려 시도하거나 심지어 뒤에서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특정 신체부위를 갖다 댄 것. 강한 불쾌함을 느낀 B씨는 "이건 아니다. 그만하자"며 "직접 옆집에 말하는 게 낫겠다"고 거절했다.


A씨는 B씨를 남겨둔 채 204호로 가 대신 주의를 줬고, 얼마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B씨는 나흘이 지나 "같은 이웃끼리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할수록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고 화가 났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한달 뒤엔 고향으로 이사를 갔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1월10일 서울중앙지법 5층의 한 법정에선 A씨 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렸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의 한 장면.

변호인 : 피고인이 '엉덩이를 치면서 해도 좋겠다'고 했고, 피해자가 그러자고 해서 친 것이죠? (피고인: 네)

변호인 : 그러다 생각보다 소리가 안나서 허벅지를 치자고 제안하게 됐지요? (피고인: 네)

변호인 : 다만 (뒤에서) 몸을 앞뒤로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하체가 닿았을 수는 있지요? (피고인: 네)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함께 소리를 내는 데 동의한 피해자가 10회가량 때리는 동안 묵인하고 참았다는 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게 일방적으로 당한 상황인 건지 의문이 든다"며 "피해자도 '내가 이렇게 이걸 해야 했나'하고 사후적으로 후회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유무죄를 떠나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부끄럽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깊이 반성하겠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유동균 판사는 "미필적으로나마 강제추행의 인식과 의사를 갖고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혐의를 최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렸다.


유 판사는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서도 "강제추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섣불리 잘못 판단한 것으로도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부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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