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부 소비자들 '손님 갑질'
태도 마음에 안 든다며 직원 상해 입히기도
알바생 갑질 경험 원인 68.6%로 '손님' 꼽혀
전문가 "근로자 보호할 예방 조처 마련해야"
최근 경기도 안양 한 카페에서는 고객 응대에 불만을 품은 손님이 점원의 허벅지에 뜨거운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 사진=JTBC 방송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업주, 직원을 향한 일부 손님들의 '갑질'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불만을 제기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것을 넘어, 폭력을 휘두르고 상해를 입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비스직 종사자와 손님 사이를 '갑을 관계'로 인식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는 서비스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예방 조처를 업체 차원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안양 한 카페에서 일하던 점원이 손님의 갑질로 인해 허벅지에 화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주문한 40대 손님 A씨는 매장 바깥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는 외부에서 주문을 받은 뒤, 내부 직원이 음료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안 계산대에서 다른 손님을 응대하던 점원이 음료를 만들어 A씨에게 전해 주었으나, A씨는 돌연 화를 냈다. 그는 "아까 내린 게 커피 아니냐. 왜 지금 주냐"라며 따졌다. 또 "커피 교육을 이딴 식으로 받았나"라고 점원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당황한 점원은 "다시 만들어 드리겠다"며 A씨의 손에서 커피를 회수했다. 그러나 A씨는 "다시 달라"고 요구했고, 점원이 커피가 든 컵을 내밀자 손으로 쳐 엎어버렸다. 컵에 든 뜨거운 액체는 점원의 허벅지로 쏟아졌고, 이 장면은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뒤 A씨를 불러 정확한 사건 발생 경위를 수사할 방침이다.
'손님 갑질'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호떡 가게에서 불만을 품은 손님 B씨가 끓는 기름에 호떡을 던져 점주에게 화상을 입힌 사건이 벌어져 공분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대구 한 호떡집에서 호떡 2개를 주문한 뒤, 일행과 함께 나눠 먹겠다며 이를 잘라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가게 내에 부착된' 커팅 불가' 문구를 안내하며 B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B씨는 화를 내며 욕설과 함께 호떡을 튀기는 기름통 안에 던졌다.
뜨거운 기름이 사방에 튀면서 가게 주인은 오른쪽 손등, 어깨, 가슴 등 여러 신체 부위에 2~3도 화상을 입었고, 즉각 근처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B씨는 가게 주인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일 대구지법 형사8단독(박성준 부장판사)은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저지른 범행으로 피해자는 평생 흉터와 정신적 고통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됐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손님 갑질'에 시달리는 것은 점주뿐만이 아니다.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많은 점원, 아르바이트생(알바생) 또한 손님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알바생 22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 중 갑질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75.5%는 '근무 중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알바생들에게 가장 많은 갑질 경험을 안겨준 이는 고객(응답률 68.6%)이었다. 2위인 사장님(40.8%), 그 뒤인 상사·선배(25.7%), 정직원(12.3%)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이었다. 대면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는 직장 내 갑질보다 '손님 갑질'이 더 큰 고충인 셈이다.
서비스 구매 행위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손님 갑질'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직 종사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 만으로도 '갑을 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견해다.
요식업계에서 5년째 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30대 C씨는 "일부 갑질하는 손님 중에는 자기가 점원보다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돈을 냈으니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왕처럼 지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인식이 '손님 갑질'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카페·편의점 등에서 약 1년간 알바를 한 경험이 있다는 20대 대학생 D씨는 "나이 많은 손님들뿐만 아니라 제 또래의 고객들한테서도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라며 "직원이 하인도 아니고, 지불한 대가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면 끝나는 일 아닌가. 그 이상의 친절을 요구하면서 갑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지나친 갑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처를 업주나 상가 단체 차원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손님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휘두르는 심각한 갑질 행위를 한다면 업체 사장님은 자신과 직원을 마땅히 보호할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매장 내에 갑질하는 손님에 대한 경고 문구를 두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CCTV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태가 심각해져 경찰에 고소를 하는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면, 사장님 개인이 이런 일을 처리하기에 힘에 겨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상인들의 고충을 담당하는 상가 단체 등에서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서비스직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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