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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리들리 스콧이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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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리들리 스콧이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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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필자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리들리 스콧 옹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글을 시작한다. 1937년생으로 수많은 걸작들을 만들어 낸 거장을 책 한권으로 칭송해도 모자랄 텐데 제목으로 독자들을 낚기 위해 그의 이름을 빌렸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 그의 최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80대 중반의 감독이 이런 팔딱팔딱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신작도 좋지만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오늘은 작년에 개봉한 전작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중세시대 마지막으로 왕에 의해 승인된 프랑스의 결투를 소재로 만든 ‘라스트 듀얼’이다.

줄거리를 몇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왕족과도 호형호제하며 권세 꽤나 휘두르는 영주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한 여성이 남편에게 복수를 호소한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영주는 성폭력이 아니라 서로 호감에서 나온 행위였다고 변명한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왕은 양쪽의 말이 다르니 결투를 벌여 신에게 진실을 묻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말로 결투가 벌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강력히 의심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우리나라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있나?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하 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들과 영화가 너무 흡사하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충남지사 등등 거물급 정치인들은 영화 ‘라스트 듀얼’에 성폭력 가해자로 묘사된 영주와 비슷한 지위다. 범죄행위 뒤로 이어진 상황도 정확히 영화와 일치한다. 영화 속 가해자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힘없는 피해자는 피해호소인 혹은 불륜녀로 취급당한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이 상처를 헤집었다. 보수는 돈을 주고 무마해서 괜찮은데 진보 인사들은 돈도 안 주고 재미를 보려다보니 미투가 터진다는 녹취가 지상파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귀를 의심했다. 늦은 저녁을 먹던 필자의 미성년자 아들도 같이 들었다. 정말이지 지금 돌이켜봐도 최악의 순간이었다.

그 당시 민주당에서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돈이면 뭐든지 된다는 그녀의 인식이 천박하다며. 옳소! 백번 동의한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묻고 싶었다. 김건희 씨의 말이 천박하다면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른 당신네 동료들은? 그들을 감싸느라 당신들이 했던 말들은 고상한가? 얼마 전에도 이재명 후보 아들이 남긴 성매매 업소 후기 글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은 이런 말로 감쌌다. 이 후보 아들은 성매매를 하지 않았는데 친구들 성매매 경험담을 듣고 업소에 후기를 남겼을 거라고. 영화 ‘라스트 듀얼’에서도 이런 식의 발언과 주장들이 난무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와 그 이후의 논란을 연상케 한다면 영화 후반부는 지금 대선 정국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화 속 가해자인 영주와 피해자 남편은 엇갈리는 주장을 가리기 위해 결투를 벌여 살아남는 사람의 주장을 진실로 죽는 사람의 주장을 거짓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이번 대선도 그렇지 않을까? 여야 할 것 없이 후보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이기는 사람 입장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목숨 건 승부로 진실을 가리는 중세시대 결투와 지금 우리나라 대선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웃프다.


이 글의 결론. 역시 리들리 스콧은 천재다.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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