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수 없는 감옥 '사이버불링'
<上> 연령·성별·직종 상관없다
온라인상 괴롭힘 갈수록 확대
"버티기 힘들다" 호소했지만
악성 댓글 루머에 극단 선택
성인도 사이버폭력 경험 66%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장세희 기자]"눈빛이 사납다. 얼굴이 못생겼다. 몸매가 뚱뚱하다. 쟤는 왜 000옆에 서 있는 거냐."
9일 유명 치어리더 A씨(30)는 아시아경제에 자신이 받았던 악성 댓글을 공개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업 특성상 성 관련 악성을 주로 받았던 A씨는 최근 강경 대응도 고민했지만, 비용 부담과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 결국 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유명 배구선수와 인터넷 BJ도 연이어 '사이버불링'(온라인상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과거 청소년 중심으로 이뤄졌던 사이버불링의 대상과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진화하고 있다. 이에 특정인에 대한 비방과 명예 훼손 등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김인혁 프로배구 선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5일에는 인터넷방송을 하는 BJ 잼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김 선수는 본인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악플에 시달리며 "버티기 힘들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으며, BJ 잼미 역시 악성 댓글과 루머로 우울증을 앓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구독자 12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뻑가는 BJ 잼미를 페미니스트로 지목하며 에펨 코리아 등 특정 커뮤니티로부터의 사이버불링을 유도한 바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1년 새 16.4% 증가…'20대 연령'서 두드러져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 발생건 수는 2019년 1만6644건에서 2020년 1만9377건으로 1년 새 16.4%나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청년층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0년 명예훼손·모욕으로 검거된 20대는 4795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10대(1461명), 30대(4314명)와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높다.
사이버폭력 경험률(학생·성인, 가해·피해)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발표한 '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65.8%로 전년(54.7%)보다 11.1%포인트 증가했다. 사이버폭력 가·피해 경험 유형은 모두 언어폭력이 가장 많았으며, 성인의 경우 언어폭력 외에도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등의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토킹·성폭력·신상정보 유출 등 사례도 다양…전문가들 "스스로 윤리적 수치심 느껴야"
전문가들은 시민의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조직적으로 한 사람을 목표해서 사이버불링을 가하는 것은 약자들을 공론장에서 밀어내고 스스로 살해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어 법적 조치는 쉽지 않지만 그들이 스스로 윤리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시민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극악무도한 특정 사건을 보편화시켜 사전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대전제가 돼야 하므로, 자율적으로 스스로 통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사이버불링 관련 7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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