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금개혁 공약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편 필요하지만 국민연금 재정수지 해법은 안 돼
국민연금 '더 내거나, 덜 받거나, 늦게 받거나, 세금 투입' 외에는 해법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회사원이든 공무원이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 되고, 또 후대에 우리가 빚을 넘겨주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3일 방송사 3사 주최 대선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연금개혁을 강조한 유승민·윤희숙 전 의원을 제외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는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안 후보는 토론에서도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연금개혁을 할 생각이 없냐’며 동참할 것을 요구,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금개혁에 나서겠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안 후보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해법으로 3대 직역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약을 했다"며 "일본과 같은 제도로 자기가 근무하는 기간 그동안 낸 액수에 따라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안 후보의 호소는 "경청할 만한 것"(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연금 포함한 사회안전망에 깊은 고심을 하시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다만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안 후보님은 특수직역 연금과의 통합을 말씀을 하시는데 연금개혁의 논점은 더 크고 넓다"며 "국민연금의 핵심은 수지 불균형도 문제인데 그거 가지고 용돈 연금 수준이기 때문에 노후보장이 안 된다. 그런데 안 후보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말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안 후보는 지난해 11월23일 연금개혁을 발표한 이래로 직역연금 개혁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 후보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국민연금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가령 "선진국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100년 재정 추계를 한다"면서 "우리는 100년이 아니라 2088년까지 추계하는데, 이 결과를 보면 누적 적자가 1경7000조원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 안 후보가 개혁의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공무원연금과 같은 직역연금에 맞춰져 있다.
안 후보는 공약 발표 당시에도 "연금통합의 첫 단계로 ‘동일연금제(Common Pension)’를 추진하겠다", "지속 가능한 통합국민연금법’을 제정하여, 나누어져 있는 공적연금 체제를 국민연금 단일체제로 개편하겠다" 등 직역연금을 국민연금 기준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직역연금 개혁을 하더라도, 안 후보가 경고하는 2055년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국민연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직역연금은 공무원이나 군인과 같은 직역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내는 개인 기여금과 이 기금의 재산수입, 국가부담금 등으로 채워지는데 여기에서 쌓인 돈이 모자라면 정부가 보전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결산 내역에 따르면 정부는 공무원연금에 2조5644억원, 군인연금에 1조5779억원의 보전금이 투입됐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사학연금은 2033년쯤 적자로 전환해 2048년께 완전히 고갈될 예정이다. 이처럼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경우 지속적으로 세금을 들여 채워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안 후보의 주장처럼 이 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편하면 국가가 앞으로 짊어져야 할 보전금은 줄 수 있다.
하지만 직역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해서 국민연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그동안 낸 보험료와 기금 자체 수입에 의존하는 국민연금 재원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낸 연금으로 구성된 국민연금을 2055년에도 고갈되지 않는 방법은 1) 현재 국민들이 내고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인상하거나, 2) 국민들이 받고 있거나 받게 될 연금액을 줄이거나, 3)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거나, 4) 세금을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것 정도로 꼽는다. 사실상 국민연금 개혁이 쉽지 않았던 것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달라고 요구하거나’, ‘연금을 덜 받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거나’, ‘연금 받을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문제의 본질은 미래세대도 현세대과 같은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정수지균형을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연금개혁에서는 국민연금을 실제로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빠졌다. 이 때문에 안 후보의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를 하며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실제 해법은 국민연금에 비해 불평등한 직역연금의 혜택을 줄이는, 사실상 정부 부담금 경감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이나 다 각각 개혁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통합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김 교수는 "통합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유리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국민연금은 적립기금만 918조원이 있지만, 공무원연금은 이미 적립기금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통합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보전금마저 국민연금이 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이미 국민연금은 두 차례의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은 낮출 대로 낮춰 연금을 줄일 수는 없다"며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올리거나 세금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연금 수급액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재직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 비율)을 두 차례 개혁으로 70%에서 60%, 60%에서 40%로 낮췄다. 용돈연금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 그치지 않도록 연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기금을 많이 쌓아둔 나라로 40년 뒤의 기금 고갈 때문에 연금을 안 주는 건 너무 단편적인 접근법"이라며 "노인들이 1인가구 최조생계비(116만원)는 되어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은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은 재정수지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줄이기보다는 실질적인 노후대책이 될 수 있도록 연금지급액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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