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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금리인상, 회색 코뿔소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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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물론 예상했던 수순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꾸준히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예고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정부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테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완전 딴판이다. 코스피는 올 들어 10%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은 15% 폭락했다. 특히 거시경제금융회의 당일(1월27일) 코스피지수는 3.5%나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며 1200원을 돌파했다. 수차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지적됐던,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던 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에 그야말로 눈 뜨고 당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회색코뿔소가 출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색코뿔소는 세계정책연구소 대표 미셸 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으로, 누구나 인지한 위험을 알고도 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면, 지금 금융시장은 예고된 리스크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혼돈 상태다. 우리를 위협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상수가 된 코로나19 사태는 그렇다 치더라도 고물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중국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 폭발성 강한 인화성 물질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판단은 너무나도 안이하다. 물론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양호한 만큼 과도한 불안심리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며 어설픈 신호를 보내는 사이 각종 리스크가 엉겨 순식간에 폭발한다면, 그야말로 더는 손을 델 수 없는 회색코뿔소의 공포는 현실이 되고 만다.


다보스포럼은 지난달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향후 2년간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부채 위기’와 ‘자산 거품 붕괴’를 지목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후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펼쳐졌던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키운 리스크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던 세계 중앙은행은 이젠 이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채와 자산거품이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의 관문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인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도 "금리 인상이 초래할 변동성은 코로나19 위기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변동성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천장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집값도 꺾였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4% 성장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새해 첫 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있다간 회색코뿔소 습격에 당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와는 다른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


이은정 경제부장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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