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바이오회사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 코로나19 백신 복제에 성공했다. 또 다른 변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저개발국 백신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남아공 케이프타운 소재 '아프리젠 바이오로직스&백신'사가 모더나의 도움없이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용 mRNA 백신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부터 남아공에 전세계 저개발국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코로나19 용 mRNA 백신 공급 허브를 설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기존 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바이오업체들에게 기술 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WHO는 비교적 개발 관련 정보가 많이 공개된 모더나의 백신을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모더나측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지속되는 한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남아공 등에서 모여든 연구자들이 요하네스버스의 윗워터스트랜드대학 연구팀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백신 복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스탠포드대학 연구자들이 지난해 4월 인터넷에 공개한 mRNA 제조 기술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DNA 분자를 만들기 시작했고, 원자재 수급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초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이어 아프리젠사의 연구팀은 지난달 5일 지질혼합물로 만들어진 지방 나노입자에 mRNA분자를 삽입하는 가장 까다로운 공정을 성공시켰다. 연구팀은 특히 모더나사가 사용한 특정 지질혼합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흔히 구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지질혼합물을 사용했다. 앞으로 수주 내 모더나사의 지질혼합물을 사용해 최종 시제품을 만든 후 기존 백신과의 성능 비교 실험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손을 거들었고, 이중에는 특히 mRNA 백신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소속 연구자도 다수 섞여 있었다. 아프리젠사의 페트로 테르블랑쉬 이사는 "매우 특별한 많은 과학자들이 백신 배포(의 불균형)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전세계가 이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코로나19 백신 복제 성공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던 백신 보급ㆍ접종 불균형을 장기적으로 개선해줄 계기가 될 전망이다. 모더나ㆍ화이자 등 mRNA백신 개발사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양의 70%를 부유한 국가들에게 팔았으며 남반부 저개발국가들의 주문량은 제때 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율이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부유한 국가들은 2차 접종을 대부분 마치고 3차 접종도 상당수가 받는 등 백신 보급ㆍ접종 불균형이 심각하다. 세계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또 다른 악성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부추겨 팬데믹의 종식을 어렵게 하는 핵심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WHO는 이번에 개발된 복제 백신이 앞으로 본격 생산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들에게 공급되려면 아직 남아 있는 단계가 많이 있고, 최소한 올해 내에 팬데믹을 해소하는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mRNA 백신 보급의 균형을 맞추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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