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당 5만~8만원 부과 구상…연간 세수 최대 64조 주장해 프랑스(11.5조)의 6배 가까워
"OECD도 韓 탄소비용 상당 분석…제조업 비중 높은 우리 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철강업계를 비롯한 탄소 다배출 기업들이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의 최대 6배에 가까운 탄소세 공약 현실화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탄소세가 신설되면 국내 기업들의 연간 세금 부담액은 세계에서 탄소세를 가장 많이 걷는 프랑스의 적게는 3배, 많게는 5~6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다탄소 배출 업종을 포함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과도한 탄소세 부과는 산업 경쟁력 훼손 및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3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해외의 탄소세 운용 동향 및 탄소가격에서의 시사점(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0년 96억3200만달러(약 11조5200억원)의 탄소세를 거둬 탄소세 도입 28개국 중 가장 많은 세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캐나다(34억700만달러), 일본(23억6500만달러), 스웨덴(22억8400만달러), 핀란드(14억200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가 실제로 거둬들인 탄소세 세입은 이 후보가 신설 방침을 밝힌 탄소세 예상 세수를 크게 밑도는 규모다. 이 후보는 탄소세를 신설해 t당 5만~8만원을 부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쓴다는 구상인데 연간 최소 30조원, 최대 64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탄소 배출량(6억5000만t)을 토대로 계산하면 32조5000억~52조원의 재원 조성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탄소세 세입이 가장 큰 프랑스 세수의 최대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이 프랑스를 비롯해 탄소세 도입국 대부분이 과세 대상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참여자를 제외하거나 세율을 감면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영국은 배출권 가격이 등락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비용 하한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세를 운영중이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비용을 중복 과세하는 국가는 사실상 핀란드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후보가 구상하는 탄소세 세율은 제조업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다. 미국(10.9%), 영국(8.7%), 이탈리아(14.9%)는 물론 제조강국인 독일(19.1%), 일본(20.7%) 보다도 높다. 제조업 비중이 한국의 3분의1에 불과한 영국이 지난해 1월 기준 t당 2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데, 이 후보는 최저 5만원 이상을 구상하는 상황이다. 스페인(t당 18달러), 네덜란드(35달러), 캐나다(32달러), 일본(3달러), 싱가포르(4달러), 인도네시아(2.1달러) 등 여타 국가들의 탄소세율을 상회한다.
산업계에선 현재 1조원 상당의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 규모도 부담인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추가돼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OECD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전체 탄소배출량 기준 t당 가격이 60유로 이상 부과되는 비율은 49%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44개국 중 10위로 높은 편이다. 특히 2015년 대비 2018년 증가분은 전체 44개국 중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배출권 거래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국내 수송 부문도 환경비용 등 다른 에너지 세제에 의해 전체 탄소배출량의 93%가 t당 120유로 이상을 부과받고 있다고 OECD는 추산했다.
해외에서는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기업의 환경비용 부담 증가, 소비자에 대한 부담 전가로 탄소세를 다시 없앤 사례도 있다. 호주의 경우 2012년 7월 탄소세를 신설했지만 이후 호주 내 광산, 에너지, 유통기업 및 최종 에너지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시행 2년만인 2014년 7월 탄소세 제도를 폐지했다.
이동규 교수는 "OECD 조사 결과 탄소집약도가 높은 국가에서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는 탄소 다배출 산업의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고,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GDP 대비 높은 수준의 탄소가격을 지불하고 있어 탄소세율을 제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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