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포르노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일본이 이른바 성진국(성+선진국)이라 불리는 ‘야동’(야한 동영상)의 나라라면, 한국은 먹방(먹는 방송) 포르노의 나라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책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부키)에서 “섹스와 식사나 인간의 원초적 행위를 보여 준 다는 점에서 포르노라는 표현이 적절해보인다”고 말한다.
본래 일본은 남녀가 같은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혼욕에서부터 친족 내 결혼인 근친혼, 마을의 청년들이 처녀의 방에 찾아가 성관계를 맺는 요바이가 존재했다. 손님이 오면 아내를 내어주는 풍습도 있었다. “바다와 높은 산으로 고립된 지역이 많은 지리적 특징과 계속된 전란으로 남녀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기 어려웠던 역사적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성(性)만족도는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2018년 글로벌 섹슈얼 헬스케어 기업 ‘텐가’의 조사에 따르면 성생활 만족도 지표에서 일본은 37.9점으로 조사 대상 18개국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참고로 한국은 40.7점으로 일본 바로 위였다.
그럼에도 일본의 성 산업이 발전한 것과 관련해 저자는 교류와 교제를 희망하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지목한다. 교류 욕구는 문화 공통이지만, 일본인의 경우 성으로 표출됐다는 것.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지키는 것과 동시에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이 (타인의 성) ‘엿보기’로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일본에 몰래카메라 형식의 예능이 많은 이유로 이 때문으로 지목한다.
반면 한국은 밥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밥 한번 먹자”고 인사를 하고, 이성에게 작업을 걸 때도 “저랑 밥 한번 드실래요?”라고 묻는다. 고마울 때도 “내가 밥 한번 살게”라고 인사하고, 친구가 아플 때는 “밥 꼭 챙겨먹어”라고 당부한다. “나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사람이 보고 싶은” 것이다. 또 하나 한국만의 특징은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야동이 일방적으로 성행위 장면을 보여 준다면, 먹방은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소통의 면모는 콘서트 떼창에서도 드러난다. 어느 때부턴가 한국은 내한 가수들을 가열찬 떼창으로 감동시키는 나라로 알려졌다. 가수가 관객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관객이 무대를 압도하기도 한다. 다만 일본에선 이런 떼창을 찾아보기 힘든데, 그건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메이와쿠’ 기질 때문이다. 일본인들에게 공연은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가는 것’이고 ‘그러려면 남들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콘서트장에 놀러가는 한국인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정(情)을 중시하는 한국인이 사생활 침해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영역에 틈입하고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노력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연인들이 며칠씩, 때로는 몇 주씩 연락을 하지 않고도 괜찮”을 수 있다. “필요 이상의 잦은 전화가 연인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때로는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온(恩·은혜)의 문화도 이와 같다. “일본인들은 온을 입으면 그것에 감사해야 하고 또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 은혜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은혜 입기를 꺼려할 정도다. 특히 “관계나 멀거나 자신보다 낮은 위계에 있는 사람에게 은혜를 입는 것을 가장 불쾌한 일”로 여긴다. 저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이 한국의 성금과 구호물자를 거부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한다. 당시 구조된 한 할머니는 자신을 구조한 구조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2015년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 IS에 납치돼 살해된 기자의 부모는 “제 자식 문제로 민폐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누구에게 한 끼라도 얻어먹는 것을 꺼리고 철저히 와리캉(더치페이)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언뜻 이런 온의 처사가 타인을 향한 이해도를 높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심리학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마음이론이라고 하는데,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학자들은 만 3~5세에 이 능력이 획기적으로 발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일본 아이들의 경우 이 능력이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평균 4~11개월, 최대 2년 가까이 늦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연구진은 한국과 같은 집단문화에서 이같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관해 일본의 엄격한 훈육 방식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법이 “다른 이들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갈등을 회피하는 성격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며 “감정이 격해지면 어떤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혐한 감정도 그중 하나인데, 저자는 “일본인이 매사에 이성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서점 한복판에 혐한 코너를 따로 두고 주말마다 혐한 시위가 벌어질 리는 없을 테니까”라며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직면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성찰해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한민 지음 | 부키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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