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지연진 기자]‘긴축’ 혹한기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을 덮쳐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긴축에 나설 것으로 확실시되는 탓이다. 코스피 2800선이 무너지고 나스닥 지수가 기술적 조정국면에 들어서는 등 각국 증시가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이제 시장은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올해 이뤄질 금리 인상 ‘폭’과 ‘횟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3회 인상에 무게를 뒀던 시장은 이제 최소 4회, 최대 7회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장 3월부터 매달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월 입에 쏠린 눈…이번주 FOMC
시장은 25~26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놓을 기준금리 인상 시점, 인상 폭에 대한 힌트를 주목하고 있다. BNP파리바의 루이지 스페란자는 "파월 의장이 이달 FOMC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3월 금리 인상 기대감을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뚜렷한 시그널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첫 금리 인상 시점은 다음 FOMC가 열리는 3월이 유력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그룹) 페드와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3월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1.6% 반영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0%대였으나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시장에서는 최근 Fed의 긴축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5회 이상 인상설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0.25%포인트씩 4회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그쳐, 40년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페드와치에 따르면 올해 5회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우리(골드만삭스)의 기본 전망은 3월, 6월, 9월, 12월 등 4회 금리 인상"이라면서도 "5월 중 긴축 조치(대차대조표 축소)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궁극적으로 4회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7회 인상설도 제기된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최근 프린스턴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내가 Fed였다면 몇달 전 양적완화(QE)를 끝내고 신호를 보냈을 것"이라며 "이는 올해 최대 7회의 금리 인상을 뜻한다"고 언급했다. 1월 FOMC를 제외하고 3월부터 매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총 7회가 된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는 "결국 인플레이션에 달렸다"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나 횟수가 최근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휩쓴 긴축 공포
미국이 급격히 긴축에 나설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산 가치가 붕괴하는 긴축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7연속 금리 인상은 과거 1994년 채권시장 대학살 때와 동일한 횟수다. 당시 Fed는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높였고 이는 뉴욕증시 등 자산시장 거품 붕괴, 신흥국 자본유출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글로벌 증시가 뒷걸음질 친 것도 조기 긴축을 둘러싼 두려움 탓이 컸다. 한 주 동안 뉴욕 증시의 3대 주요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4.6%, 5.75%, 7.55%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28.85(21일)로 연초 대비 10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시장의 긴축 공포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24일 오전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이날 오전 전장 대비 0.95%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2800선이 무너졌다.
◇기술적 반등 오더라도...투자시계는 짧게
전문가들은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가격 메리트로 반등을 할 수 있지만 기술적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주가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 같은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되돌아간 수준인 만큼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그널들을 조합해 보면 일단, 단기 기술적 반등은 가능해 보인다"며 "연초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 원인들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며 성장주와 고밸류 종목들의 자율 반등, 되돌림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단기 반등 이후 2차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경기선행지수 둔화로 인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국면"이라며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BNK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1차 지지선은 2790선, 2차 지지선을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 장기 추세를 고려한 2700~2750으로 설정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2018년 최고치인 2600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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