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에 우주탐사선이 여행 중 고장으로 어떤 행성에 불시착한다.
선장은 생존한 두 명의 승무원과 함께 지구의 사막과 비슷한 행성을 탐사하던 중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체포돼 갖은 고생을 당한다. 무장한 그들의 지배로부터 간신히 탈출해 그 행성을 벗어나 지구로 귀환하고자 애쓰는데, 갑자기 선장이 모래언덕 사이에 솟아난 무엇을 보고 무릎을 꿇고 좌절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폐허 속에 솟아난 자유의 여신상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미래의 지구라는 것이다. 핵 전쟁의 공포가 인류를 위협하던 시절 영화 '혹성탈출'(1969년)의 결말은 냉전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는 소름 끼치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에게 핵미사일을 마구 쏠 듯 으르렁거리던 시절은 지났다. 그 충격적인 영화가 만들어진 지 40여년이 지난 2011년 새롭게 만들어진 영화 ‘혹성탈출’은 팬데믹으로 인류 종말에 대한 공포를 예견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치유를 위해 노력하던 과학자가 개발한 약이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켜 마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감염전파를 일으킨다. 그러나 실험실 원숭이에게는 뇌를 진화시켜, 원숭이에게 지배당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그렸다.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섬뜩하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켜 감염된 한 명이 어떻게 전 세계를 퍼트리는지 엔딩 크레딧에 나온다.
세계지도에 감염자가 탄 항공기가 처음에는 한대가 도착하고 그곳에서 출발한 몇 대의 비행기가 퍼지고, 시간이 갈수록 거미줄처럼 항공기들이 전 세계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종말을 표현했다.
코로나 팬데믹인 지금, 그 결말이 데자뷔인양 떠오른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핵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지하고 대처하는 위험은 더이상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외계생명체를 찾는 우주탐사선이 인류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지구를 발견할 정도로 진보한 외계 생명체는 지적 수준이 우리보다 몇억 년 진화되어 있을 수 있다. 그들이 다다르는 어떠한 행성이든 지배하고 정복하려고 할 것이다. 남미 아스텍 사람들이 스페인 정복자를 만나는 순간처럼 비극의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가 살기 위해 사냥을 벌이는 정글에서 "나 여기 있소!" 하고 외치는 바보 같은 사냥감인 것이다. 외계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외국인처럼 "하이!" 하고 반갑게 인사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암흑 속에서 튀어나올 포식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건 그렇고 우린 한국인으로서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현실 속의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그리고 "카르페 디엠!"으로 새해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서재연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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