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 법무법인 아트로 대표 변호사
디지털 저작물 소유권 대상으로 안봐
매수자 법적보호 장치 빈약 주의해야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에 팔린 비플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작품의 소유권이 넘어온 게 아닙니다. 저작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김유나 법무법인 아트로 대표 변호사는 현재의 NFT 시장에서는 매수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빈약하다며 주의를 권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한국화랑협회 등 콘텐츠·문화예술 분야 기업자문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유명 작가 A씨가 있다. A씨가 자신이 그린 회화를 NFT로 만들어 NFT 플랫폼을 통해 B씨에게 판매했다고 가정하자. 일반상식대로라면 이 NFT 작품에 대한 ‘소유권’이 A씨에게서 B씨로 이전됐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현행법에서는 NFT와 같은 디지털 저작물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NFT 거래에서 소유권이 거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거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에서는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유체물에만 소유권이 인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A씨와 B씨 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우선 A씨가 NFT 작품을 판매했다 할지라도 이에 관한 ‘저작권’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저작권은 소유권과는 다르게 무체물 등을 포함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만약 B씨가 NFT 작품을 온오프라인 공간에 전시하거나 재판매가 용이하도록 인쇄물로 출력해 홍보하는 행위를 한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 이 행위는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거나 저작권법상 소유권을 보유한 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B씨는 NFT 작품에 관한 소유권이 아닌 이른바 ‘디지털 원본 영수증’만 구입한 셈이어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김 변호사는 "저작권법 제35조가 미술저작물 소유권자에게 부여하는 제한적인 전시·복제권을 NFT 보유자에게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법적 판단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단순 원작자와 NFT 구매자의 관계가 아닌 원작자, 저작재산권 양수자, 실물 작품 콜렉터, NFT 작품 매수자 등 여러 권리관계가 얽히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이 경우 최소한의 대비책은 거래 당사자들끼리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최근 화랑에서 소속 작가 작품을 NFT로 판매할 경우 구매자와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계약서엔 소유 관계와 저작권 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한다. 혹시 모를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두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차원에서 NFT 거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하면 NFT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플랫폼을 통해 NFT를 구입할 경우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플랫폼에서 작품을 NFT화하는 과정에서 위·변조됐는지 여부를 구매자가 확인하기 어렵고 해킹 피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NFT 자체는 이론적으로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NFT엔 디지털 작품의 원본 파일이 담기지 않는다. 작가명, 작품명, 원본 파일이 존재하는 서버 링크 정도만 기록된다. 해당 서버가 해킹되면 영수증(NFT)은 남지만 디지털 원본은 사라지는 셈이다. 원본이 사라진 이상 해당 NFT에 고가의 값이 매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변호사는 "서버가 해킹당한 이후 NFT가 있더라도 플랫폼이나 기존 NFT 판매자가 NFT 작품을 재발행해 줄 의무는 없다"면서 "NFT 구매자는 이런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NFT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규제책과 더불어 NFT 전반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NFT 플랫폼들이 이용자 간 분쟁시 면책되도록 약관을 정해뒀다"면서 "NFT 플랫폼이 분쟁의 책임을 일부 분담하고 적합한 보안수준을 갖추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NFT 등장 이전에 제정된 법률을 재정비하고 NFT를 둘러싼 사회적·법률적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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