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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적정한 주택이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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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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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라는 질문에 앞으로 인류는 ‘극대화된 삶’에서 ‘적정한 삶’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인지심리학자가 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다. 그는 행복의 척도가 바뀌고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적정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결국 ‘길 잃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정책이 갈 길을 잃은 것 같다. 광주광역시에서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건물붕괴 참사 이후 7개월만이다. 당시에도 사상자가 17명이나 발생하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같은 지자체에서 같은 시공사에 의해 인재를 동반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광주시는 사고기업이 진행하던 모든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건축·건설현장 사고방지대책본부’를 구성해 시장이 직접 지휘한다고 한다. 지난해 발행한 학동4구역 붕괴 사고를 계기로 국회는 건축물 해체 공사현장 점검 의무화 등을 담은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학동 참사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세계는 사람과 지구를 위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주하고 있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볼 때, 광주시 사고는 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과연 우리사회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UN의 공식 산하기구인 유엔해비타트(UN-HABITAT)는 인간의 정주와 도시를 다루는데, 집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으며, 필요 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부담이 과도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집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안전하고 살만한 집을 공급하고 있는가. 우리는 부담이 과도하지 않은 집에서 사는가. 사람들의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우리사회가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닌가. 정치도 정책도 그리고 사람들도 집값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따져봐야 한다. 우리사회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광주시 주택건설현장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사고는 주택건설과정에서 우리사회가 당연히 추구해야할 안전에 대한 가치와 거리가 멀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작은 도시도 아니고 인구 2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도시에서, 그것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 말이다. 이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기업일 것이다. 기업은 좀 더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앞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행정조치가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볼 일지만, 기업은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당국에 협조하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혀 없는 걸까. 주택건설 환경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과정 속에서 기업이 잘못했다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다만 제도 환경이 기업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도록 했다면 그러한 제도 환경을 만든 시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래주택은 가격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 안심, 성능, 품질 등 다양한 가치를 종합적으로 담은 적정한 주택이어야 한다. 현재의 주택법이 적정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미래주택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하다면 주택법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집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삶터로서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차기정부에 적절한 주택공급을 기대해 본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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