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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스트레스'가 부른 극단적 선택…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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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휴일 없이 격무에 시달리던 노동자…과로에 지쳐 '극단적 선택'
업무압박이 과로로…과로는 다시 업무 스트레스로
전문가 "과로사·과로 자살 명문화해 관련 문제에 대한 일관적 기준마련해야"

기사의 특정 표현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특정 표현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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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는 보다 상세한 과로사 기준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로사 과정에 이르는 과정 등 기준을 세분화하여, 이를 사전에 막고 극단적 선택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산업재해 인정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과중한 업무와 함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직장인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과중한 업무와 함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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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던 이찬희씨는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하다가 2020년 9월7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두 남매를 둔 아버지이자 유망한 디자이너였고, 사망 전 팀장급 책임연구원으로 승진도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근무 내내 과로에 시달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급기야 일하던 중 동료들 앞에서 크게 소리를 치거나 가족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정신과에서 조울증과 심한 우울증,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6개월 휴직했지만 복직을 한달 앞두고 사망했다.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8년 회사 업무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차량 개발 기한은 크게 단축됐지만 업무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A씨가 근무했던 디자인센터의 당시 센터장이 직원들의 업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업무관리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 상사의 '쓴소리'가 노동자를 과로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몰아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사건은 지난해 5월 국내 유력 IT 기업 네이버에서도 발생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40대 개발자 A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가 남긴 메모에는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노동조합 측은 A씨가 남긴 일기장과 동료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A씨가 과도한 업무 압박은 물론 한 임원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겪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격무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격무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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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조사 결과 노조 측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사망한 A씨가 임원급의 직속 상사로부터 폭언을 겪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직장 상사의 업무 압박이 과로로, 과로는 다시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져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과로 자살'이 사회 문제로 자리잡았다. '과로 자살'이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을 의미한다.


'과로 자살'이라는 말이 처음 만들어진 일본에서는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과로사를 '과중한 업무상의 사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근로자의 사망 및 자살, 질병 또는 장애 등'으로 정의했다. 과로 자살을 과로사의 한 종류로 보고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과로 자살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가 진행됐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과로사에 대한 법적 정의도, 과로사 관련한 공식 통계수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는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은 맞물려있는 문제라면서 과로사·과로 자살을 명문화하는 등 일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기업에서 이를 예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통계를 보면 업무가 많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모두가 업무에 지치다 보니 모멸적이거나 폭력적인 말이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당연히 업무 강도가 업계에서는 과로도, 직장 내 스트레스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업무량이 많은 곳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우울감이 커지고, 자살로 이어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상임활동가는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의 경우 산업재해로 판단돼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별적인 사건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과로사를 정의하는 등 관련 문제를 명문화해 기업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마련해야 과로사·과로 자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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