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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K-드라마의 DNA, 정의 구현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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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컷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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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드라마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역대급 신드롬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대중문화 상품 중 하나로 각인됐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인기 요인이다. K-드라마를 분석하는 해외 매체들은 하나같이 그 사회극적인 성격에 주목했다. 예컨대 '오징어 게임' 세계적 흥행의 배경에는 지구적 이슈가 된 양극화 심화 문제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드라마 글로벌 진출의 통로 넷플릭스가 선보인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들은 대부분 불공정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부터가 그러했다. 호평한 이들은 서구적 장르였던 좀비물을 조선시대 배경으로 옮겨 온 참신한 발상과 더불어, 좀비라는 타자에 신분제 사회 밑바닥 백성들의 한을 투영한 문제의식을 높이 샀다. '오징어 게임'과 더불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오리지널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디피'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군 조직의 폭력을 비판했고, '지옥'은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를 확산해 조직 기반을 다지는 권력 집단의 횡포를 그렸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사를 돌이켜보면, 그리 새삼스러운 주제는 아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쳐 표현의 자유를 맞이한 1990년대부터 우리 드라마는 한층 다양한 소재를 다루게 되었는데, 이중 드라마 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은 대개 사회극이었다. 대표적 사례로 1990년대 한국 드라마의 질적 완성도를 몇 차원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두 드라마, 즉 '여명의 눈동자(MBC·1991)'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모래시계(SBS·1995)'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트레이서' 스틸 컷

드라마 '트레이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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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한류를 노린 졸속 기획 상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는, 김은희 작가의 '싸인(SBS·2011)', 박경수 작가의 '추적자(SBS·2012)' 등 장르적 완성도와 사회비판의식을 결합한 수작이 등장해 드라마계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다. 김은희, 박경수 작가의 성공 이후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 구현'은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호소력 있는 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사회고발극은 장르물의 대세가 되었다. 그 주역 중 한 명인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로 진출해 선보인 '킹덤'이 K-드라마 글로벌 열풍의 선두가 된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요컨대 K-드라마의 사회적 성격을 향한 세계적 호평의 기반에는 기존 한국 드라마의 사회극 전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드라마에도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가득하다. 당장 올해 첫 화제작 '트레이서(MBC·웨이브 공동 편성)'는 부패한 특권층을 추적해 응징하는 이야기이고, 상반기 최고 기대작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SBS)'은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동기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청소년 범죄와 기성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룬 '소년 심판(넷플릭스)', 군조직의 적폐를 겨냥한 '군검사 도베르만(tvN)' 등 또 다른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도 사회 비판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사회 현실에 대한 특유의 예리한 시선이 K-드라마의 소중한 자산임을 증명할 작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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