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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1번지 가다] 규제 대체할 '하이브리드선박'…세계 선사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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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韓 조선의 유럽 수주 비결
EU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따라
내년부터 1척당 최대 39만달러 부담

현대삼호중공업이 2020년 9월 싱가포르 EPS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대형컨테이너선<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이 2020년 9월 싱가포르 EPS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대형컨테이너선<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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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세계 최대 선사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해 8월 HD한국조선해양 과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1만6000TEU(1TEU는 20ft 컨테이너 1개 분량)급 컨테이너선 8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보다 두달 앞선 6월 소형(2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시범적으로 주문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안팎으로 검토한 결과 대형 선박도 충분히 적용해볼 법하다고 판단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연료에 비해 황산화물 등 배출가스가 적고 보관하기 쉽지만 현재로선 보급망이 널리 갖춰지지 않아 생산단가가 비싸다. 머스크는 풍력·태양광 등으로 만들어 탄소발자국이 없는 메탄올을 자국 내 에너지기업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면서 난제를 풀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석유제품운반선(PC선) 등 일부 선종을 메탄올 추진엔진을 실어 만든 적이 있는데 컨테이너선대를 중심으로 운용중인 선사가 대형 선박까지 메탄올 추진으로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컨테이너선은 비슷한 크기 벌크·탱커에 비해 연료를 서너배 더 쓴다. 선사로서는 연료비도 부담이지만 그만큼 배출가스도 많이 뿜어낸다.


국제해사기구(IMO)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해상운송을 둘러싼 환경규제를 강화키로 한 데다 이케아·아마존 등 선주사에 일감을 맡기는 화주도 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머스크 같은 글로벌 해운사로서는 보다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머스크가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3390만t(2020년 CO₂환산량 기준). 2008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였는데 앞으론 이보다 더 줄여나가야 한다. 팔레 로센 머스크 최고기술책임자는 "독특한 설계를 통해 운송 컨테이너당 에너지효율을 20% 높이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0만t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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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사양에 기한 맞출 곳 한국뿐
기존 연료에 LNG 함께 쓰는
이중연료 추진 선박에 수주 몰려

글로벌 상위 5개 해운사 가운데 유럽에 적을 둔 곳이 4곳(머스크·MSC·CMA CGM·하팍로이드), 선복량 기준 점유율은 40%를 넘어선다. 유럽 해운사가 기후변화·탄소중립에 적극 대처하고 나선 건 일차적으로 환경규제 때문이지만 머지않아 늘어날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간 IMO 차원의 환경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가운데 EU는 독자 규제를 빼들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7월 나온 피트포55에 담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다. 그간 발전·제조업 분야에 적용하던 걸 해운까지 넓혔다. 당장 2023년부터 시작해 점차 확보비율이 늘어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2023년이면 척당 최대 39만달러, 2026년이면 195만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탱커 같은 선종도 적어도 수십만 달러씩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리 등 세계 주요 해운보험사 6곳은 최근 선사나 해운사에 대해 대출할 때 기부변화 요인을 감안하는 포세이돈 원칙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유럽 해운사가 한국 조선소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탄소나 황·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원하는 지역에 갈 수가 없고, 설령 기준을 맞춘다 해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진다. 척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친환경 선박을 마련해야하는데 원하는 사양을 갖추고 정해진 시기에 만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 조선소뿐이다. 재생에너지나 수소 등 미래 친환경연료로 바뀌기까지 중간단계 역할을 해줄 것으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선박 주문이 한국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몰린 게 단적인 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중인 LNG추진선에 LNG 연료탱크가 탑재되고 있다. 독자개발한 독립형 구조로 1만2000㎥의 연료저장이 가능하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중인 LNG추진선에 LNG 연료탱크가 탑재되고 있다. 독자개발한 독립형 구조로 1만2000㎥의 연료저장이 가능하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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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3사(현대중·삼호·미포조선)가 지난해 수주한 선박 226척 가운데 이중연료추진 선박이 73척(LNG추진 58척)에 달한다. 한화오션 은 전체 수주물량 55척 가운데 45척이, 삼성중공업은 80척 가운데 49척이 이중연료추진선이다. 기존 연료와 LNG 등을 함께 쓰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당장의 환경규제에 대처 가능한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초 마수걸이 수주목록 10척 가운데 LNG추진선이 7척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지난해부터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실제 발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조선해양은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을 지난해 받는 한편, 전기·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선박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친환경스마트선박 기술개발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MIT·서울대 등 학계와 영국·노르웨이 등 각국 선급, 유럽과 우리나라 기반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개발(R&D)협의체를 꾸렸다.


양종서 연구원은 "최근 선박 연료나 추진시스템 변화는 기술 혁신이나 수요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과거와 달리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응코자 하는 요구에 의한 것으로 기술 수준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 저하를 막고 새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선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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