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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으로 원금 독촉 받을라…집도 사업장 등록하는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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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면 원금 즉시상환 시작될까 전전긍긍
추가대출도 어려워 집을 사업장으로 등록해
사업자번호 유지하면 정부 지원도 가능해져
은행권 "알 방법 없다, 부실 위험 커질 수도"

올 초 서울 명동 거리 상가. 폐업으로 문이 굳게 담겨있고 내부는 텅 비어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올 초 서울 명동 거리 상가. 폐업으로 문이 굳게 담겨있고 내부는 텅 비어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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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상천씨(35·가명)는 지난해 8월 한 시중은행에서 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을 통해 3000만원을 빌렸다. 이후 경기가 나빠 1월 중순 폐업하기로 했지만 원금을 회수해간다는 말에 결정을 미뤘다. 대신 업종을 ‘통신판매업’으로 바꾼 뒤 집을 사업장으로 설정하고 인터넷쇼핑몰 사업자처럼 위장하기로 했다. 부가세와 수익이 0원인 유령 소상공인이 됐지만, 신규대출을 받기엔 원리금 부담이 커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김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서 업종을 바꾼 뒤 집을 사업장으로 두는 폐업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영업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출금 회수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지원 정책이 소상공인 생존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사로서도 대출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100만여명이 이용하는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한달 간 ‘폐업 시 대출을 일시상환해야 하는지’를 묻는 게시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글은 대부분 자신이 이용한 금융상품과 금액을 공개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묻는 식이다. 원리금 연체 이력이 많고 대출 만기가 짧을 수록 상환압박을 우려하는 모양새였다.


수도권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1700만원 정도 있는데 폐업 때문에 일시 상환하게 생겼다"면서 "주거래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리긴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올렸다. 그러자 "주거지를 영업장으로 등록하고 사업자번호를 유지하라"면서 "은행도 굳이 실제 사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들킬 걱정은 거의 없다"는 조언이 등장했다.


"폐업하면 정부 지원도 못 받아…어쩔 수 없다"

통상 사업자·소상공인 대출은 폐업 시 은행에 즉각 상환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대출은 가게를 보고 실행해준 게 아니다"라면서 "폐업으로 사업자 지위가 사라지면 회수절차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올 3월까지 보증을 선 대출에 한해 즉시 상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간 자영업자들은 폐업 시 일시상환 요구가 들어오면 일반대출이나 2금융권 추가대출 등을 이용해 원리금을 돌려막아 왔다. 하지만 추가대출이 어렵고 금리부담까지 높아 여의치 않아졌다는 게 다수 자영업자의 의견이다. 또 사업 중일 때만 받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끊기고, 대선주자들이 공약한 손실보상정책 및 탕감책을 추후에 놓지는 만큼 ‘버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내준 대출채권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폐업 시 사업재개 의사가 있는지 유선으로 물어보게 돼 있다"면서도 "(상환을 피하고자) 업종을 바꿔 사업을 이어나가면 솔직히 금융사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귀띔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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