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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방역패스는 강제 접종"…법원의 작심 결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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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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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인 지난 달 3일이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에서 후퇴를 선언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방안'을 발표했다. 방역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를 청소년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권 장관은 당시 "청소년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방역패스 확대와 예방접종률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컸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접종을 강제하느냐"는 불만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일부 학부모들은 급기야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장과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상대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권 장관이었다.

법원 안팎 시선이 담당 재판부인 행정8부로 쏠렸다. '방역패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이 강경했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는 기조였다. 방역패스 적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법원 내부에서도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 판사들을 중심으로 "위헌적 소지가 있는 지침"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결정을 하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가 총대를 멨다.


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학부모 단체의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방역을 위해 청소년 방역패스는 불가피하다는 정부 주장을 사실상 배척했다. A4용지 7쪽 분량의 결정문을 통해서는 정부의 방역패스 지침을 질타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내용도 대거 담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작심하고 쓴 결정문 같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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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우선 방역패스에 대해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며 "미접종자 집단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역패스를 '강제 접종'이라고 정의하면서 서술어를 '볼 소지가 있다'가 아닌 '볼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방역패스가 헌법상 자기결정권과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조치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정문에 이같이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밝힌 방역패스 확대 적용의 당위성을 배척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자에 대한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미접종자 집단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미접종자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 감염율 등이 현저히 상승하는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역패스 확대 적용의 전제가 된 '미접종자가 감염 확산 위험을 키운다'는 정부 논리를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정부에 '최소침해적' 방역을 위한 조언도 함께 담았다. "국민 대다수는 방역패스 조치 시행 전부터 코로나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백신을 신속히 접종했다. 이런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위중증률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런 조언을 뒤로 한 채 인용 결정 하루 만인 5일 오전 즉시 항고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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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는 광주과학고와 서강대 법대를 졸업했다. 2014년 2월부터 3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보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고위법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거쳐야 할 '엘리트코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상당수가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이 부장판사는 올해로 서울행정법원 근무 2년차로 다음 달에 있을 법원정기인사 대상이 아니다. 이번 집행정지 사건과 함께 맡고 있는 본안 소송도 그가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다만 인사 뒤 열리는 법관사무분담위원회를 통해 다른 부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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