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기생충' 끝나고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걱정에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배우 최우식을 논하며 '기생충'을 빼놓을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손 잡고 칸 영화제와 오스카에 다녀온 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과정을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당시를 극복했다고 떠올렸다. 콘텐츠 시장 변화와 달라진 마음가짐도 들려줬다.
최우식은 4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경관의 피'를 통해 액션 연기에 제대로 도전하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물로, 오는 5일 개봉한다.
최우식은 극 중 신념으로 똘똘 뭉친 강인한 경찰로 분해 강렬하고 날카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거침없이 범죄 현장으로 뛰어드는 강렬한 액션과 강단 있는 눈빛으로 조진웅과 대립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고 액션을 펼치는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을까"라며 "외형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킹스맨'처럼 액션이 거듭 담긴 영화도 찍고 싶었지만, '경관의 피'는 민재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액션도 동시에 생각하고 접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액션 연기는 모니터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감정적인 부분이 아니라 '여기에서 힘을 더 쓸까, 말까?' 하며 자세 교정에 집중한다. 매력적이라 느꼈고. 액션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우식은 출연 배경으로 주저 없이 조진웅'을 꼽았다. 그는 "함께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덕분에 좋은 호흡으로 다양한 감정이 나왔다"며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도 재미있겠다. 이토록 유쾌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분인 줄 몰랐다. 안 싸우는 역할로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 목표로 벌크업을 꼽은 최우식은 "단지 근육질 몸매를 갖고 싶은 건 아니다. 저한테 잘 어울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어릴 때는 남성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제 '남성미'라는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뭐가 진짜 '남성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외형적 요소 때문인지 들어오는 작품과 배역이 한정적이다. 체형을 변화시켜서 새로운 역할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우식은 범죄수사극 '경관의 피와' 로맨스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동시에 인사를 전한다. 스크린과 안방에서 다른 얼굴을 선보이게 된 그는 "기분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해 우리는'을 찍으며 로맨틱 코미디가 새롭게 다가왔다. 배우들 호흡이 정말 중요한 장르다. 김다미, 조진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호흡을 맞췄다. 장르마다 배우와 배우, 감독과 배우 간의 호흡이 달라 쉽지 않았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연이어 최고상을 휩쓸며 뜻 깊은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인기를 얻으며 K-콘텐츠 열풍을 이었다. 최우식은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시장 변화를 반겼다.
"최근 OTT 플랫폼의 힘을 느낀다. 해외에서 K-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전작에도 흥미를 보인다. 배우로서도 시나리오를 볼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아하겠다'고 느낀다. 좋은 변화다. 이전과 달리 전 세계인이 국내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최우식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췄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 인지도도 갖춘 그는 앞서 해외 활동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이젠 조금 다르다고 바라봤다.
최우식은 "영어도 잘할 수 있고, 해외 영화 욕심도 많다"면서도 "K-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해외에 나가는 게 더 매력적이다"고 답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 말처럼 예전에는 서양에서 자막을 보며 영화를 시청하지 않았지만, 이제 다르다. OTT에서 전작까지 찾아보는 걸 보면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했다.
"사실 '기생충' 끝나고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올 줄 알았다. 작품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웃음) 이제 '할리우드 드림'이 뭘까 싶다. '오징어게임'이 그 답해주지 않았나. 물론 지금도 끈을 놓지 않고 영어를 계속하고 있다. 하하."
최우식은 '기생충'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연기에 대한 부담이 커서 잠을 제대로 못 잘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욕심과 생각을 줄이면서 과정을 재미있게 즐기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작에 대한 부담을 억누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정이 행복한 영화를 만나는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이전만큼 극장에 가지 못해 영화계가 힘든데, 2022년 호랑이해 기운을 받으며 문을 활짝 열게 돼 기분 좋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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