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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인터뷰] "기후변화 위력 커져‥차세대 원전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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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 에너지부 장관
"탄소중립 비용 들어도 추진해야"
"넷제로 넘어 네거티브 카본으로 가야"
"신재생 에너지는 원전으로 보완 필요"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인 어니스트 모니즈 전 에너지부 장관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Net-zero)을 넘어 네거티브 카본(Negative carbon)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신재생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의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도 제시하며 원자력,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년 특별인터뷰] "기후변화 위력 커져‥차세대 원전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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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즈 전 장관은 5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탄소 중립 정책이 지금은 혼란을 빚고 있지만 결국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추진해야 할 방향이라고 전망했다.


모니즈 전 장관은 더욱 더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주장했다.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같아지는 ‘넷제로’를 넘어서 탄소 흡수가 더 많아지는 더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과학 발전이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에서 모든 국가에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 값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모니즈 전 장관은 미국에서도 명망 높은 핵물리학자다. 그는 민주당원이며 미국 민주당 정부에서 에너지 관련 요직을 지냈지만, 핵 에너지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1조2000억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법안에도 원자력 투자가 포함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해서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정말로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고 보는가. 탄소 중립이 가능한 것인가.

△탄소 배출 중립은 확실히 어려운 과제지만 가능한 일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각국이 기후변화 피해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력을 확인한 대중들은 정부에 점점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가능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언제라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경제 개발 수준과 여러 요인에 따라 국가별로 기후변화 대응 시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넘어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네거티브 카본 테크놀로지(Negative carbon technology)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유,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해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석연료의 공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석유 및 화학 회사와 산유국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화석연료 가격은 수요 감소와 미래 생산을 위한 투자 필요성 사이에서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다. 석유도 수요처별로 수요 감소 속도가 크게 다를 것이다. 특히 자동차, 항공기 등 운송 수단의 석유 수요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감소가 느릴 것이다.


석유 관련 업체들은 이제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저탄소 관련 생산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도 안정적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지막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이 2025년 폐쇄할 예정인데, 당신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전은 청정에너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청정에너지가 원자력발전소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시급해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주요 환경 단체들의 관점이 크게 달라졌다. 기존 원전의 경우 수십 년간 지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원전은 여전히 환경 단체들의 반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차세대 원전의 발전 비용이다.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핵발전을 할 수 있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분명 엄청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는 기상에 따라 가변적인 만큼 상시전력(firm power)을 통한 보완이 필수적이다. 영국 북해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에 큰 지장이 생긴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방사성 폐기물 문제가 남아 있지만 최근 핵융합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고 향후 10년 안에는 핵 처리 비용이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모니즈 전 장관은 최근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전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공동으로 LA타임스에 캘리포니아 지역 발전의 8%를 차지하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 폐기를 취소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당신은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진보 진영에 맞서 천연가스와 원전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정치 세력에 반대하기 위해 천연가스나 다른 에너지 자원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탄소 배출 감소가 석탄 발전을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이뤄졌다.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개발, 산업화 및 삶의 질을 지원하기 위해 천연가스가 필요하다.


-당신은 넷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CCUS)과 녹색수소(green hydrogen)의 필요성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 설명해 달라.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제거하는 것은 넷제로 달성과 순 네거티브 에너지 경제 달성에 필수 요건이다. 공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포집이 중요한 이유다. 녹색, 청색, 적색 수소는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연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이지만, 비용 하락과 상당한 기반 시설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탄소 포집은 화력발전소, 제철소, 정유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바다 암석층에 저장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1억달러의 상금을 걸고 확보에 나선 기술이다. 녹색 수소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를 뜻한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넷제로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미국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 한국 기업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한미 간의 전기차 배터리 문제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미 간에 배터리 공급망이 연결된 것은 한미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있던 미국의 주에서 공급망이 유지됐다. LG와 GM의 동반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나는 미국 공급망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더 많은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 에너지부 장관(오른쪽)이 2015년 이란 핵합의에 대해 미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던 중 존 케리 당시 국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원들은 케리 장관 대신 핵 물리학자인 모니즈 장관의 정확한 설명을 높이 평가했다. 모니즈 전 장관 의회 인준 시에도 상원의원 전원이 찬성했다.  사진제공=미 국무부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 에너지부 장관(오른쪽)이 2015년 이란 핵합의에 대해 미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던 중 존 케리 당시 국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원들은 케리 장관 대신 핵 물리학자인 모니즈 장관의 정확한 설명을 높이 평가했다. 모니즈 전 장관 의회 인준 시에도 상원의원 전원이 찬성했다. 사진제공=미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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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모니즈는 누구= 미국의 핵 물리학자로 버락 오바마 정부 2기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에너지부 차관을 역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에너지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보스턴 칼리지, 스탠퍼드대에서 수학한 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교수, MIT 에너지 이니셔티브(MITEI) 소장, 에너지 환경연구소장을 맡은 학자 출신이다. 백악관 산하 과학기술처 부처장으로도 일했다.


그의 활동은 핵확산 통제 분야도 포함한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이란 핵합의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정확한 설명과 식견을 제시해 존 케리 당시 국무부 장관보다 큰 신뢰를 얻었다. 현재도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공동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핵확산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미래 이니셔티브(Energy Futures Initiative)를 설립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대응의 중요성도 설파하고 있다.


기업들도 그의 도움을 받았다. 제너럴일렉트릭(GE),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석유연구센터에 조언했고 LG에너지 솔루션의 특허 분쟁도 그의 손을 거쳤다.


모니즈 장관은 특유의 헤어스타일로도 유명하다. 미국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인 조지 워싱턴을 연상시키는 곱슬곱슬한 단발머리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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