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범 초기 일선 현장에서 활약했던 공무원들의 모습을 구술로 담아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이 서울시 초창기 공무원들의 활약상을 구술로 풀어낸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3권 '서울의 재건과 시정, 그 현장의 사람들'을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2009년부터 서울시민들에게 현대 서울의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구술채록사업을 진행하고 모두 12권의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시리즈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제13권에서는 서울시 출범 초기 활동했던 공무원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정리했다. 이 책은 일제말기와 광복 직후, 6·25전쟁과 전후 복구시기 서울시의 현장에서 일했던 분들의 구술을 엮었다. 서슬 푸른 일제 말기 서울, 광복 직후 혼란 속 서울,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점령당했을 때 겪고 목격했던 전쟁의 참상,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서울의 현장을 뛰어다녔던 이들의 활약상과 증언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는 모두 8명의 구술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빠르면 일제 말기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광복 직후 서울시 초창기 행정을 비롯해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점령되었던 서울시 청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전후 복구 과정에서 현장의 실무를 담당했다. 아울러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시기 서울시 공무원들의 모습 그리고 1960년대 경제개발과 더불어 대규모 건설로 격변이 시작되는 당시의 서울시 직원들이 어떤 일을 담당했는지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우선 김경길은 1919년 생으로 1947년부터 서울시 도시계획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6·25전쟁 때에는 피난을 가지 못하고 남았다가 인민의용군에 끌려갈 뻔한 경험도 가지고 있으며 1·4후퇴 이후 피난지에서 운영되었던 서울시 연락사무소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다. 환도 이후에는 시가지 재건을 필요한 도시계획 수립으로 밤낮으로 일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구청 건설과장으로서 일했다.
김로진은 1921년 생으로 1952년 종로구 광교동 서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기억 속 1950~1960년대 동사무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선거 사무였으며, 선거 풍경과 당시 암암리에 행해졌던 부정 선거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또한 6·25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돕고 싶어도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안타까운 당시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유기복은 1921년 생으로 1951년부터 용산구청 임야순시원으로 근무하면서 관내의 산림 벌채나 화전을 단속했다. 전후 복구가 시작되면서 서울에는 목재 수요가 증가했고,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의 임산물들이 서울로 들어왔다. 구술자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반출 허가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최상균은 1923년 생으로 1952년부터 서울시에서 건축기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 건물은 시에서 직접 설계와 감리를 했고 구술자는 많은 건물들이 본인의 손을 거쳤다고 회고했다. 그 중 전쟁으로 파괴됐던 숭례문의 복원 공사를 맡았던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으며,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느꼈던 본인의 안타까웠던 심정도 함께 토로하고 있다.
구술자료집에 담긴 8명은 모두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아닌 서울시정의 일선 현장에서 활약했던 이들이다. 이 중 7명은 이미 고인이 됐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서울시 초창기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선 서울이 내딛은 첫걸음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고인이 되신 구술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책 발간을 통해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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