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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소프라노, 뉴욕 오미크론 공포 위로한 '천상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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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 '마술피리' 주연 완주
뉴욕 MET 오페라 2022년 첫 공연 주연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부상
코로나19 위기에도 공연예술 정상화 '희망歌'

소프라노 박혜상이 오페라 마술 피리 드레스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유튜브 캡처]

소프라노 박혜상이 오페라 마술 피리 드레스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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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2022년 1월 1일. 뉴욕시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극장(MET)에 한국 성악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프라노 박혜상이었다. 박혜상은 새해 첫 날 저녁 첫 공연인 '마술피리(Magic flute)'에 당당히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 뛰어난 성량과 표현력, 연기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공연 후 만난 박혜상은 상기돼있었다. 얼굴에 마스크를 했지만 피곤함 보다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박혜상의 마술피리는 지난해 12월 10일 시작해 오는 5일 한 번의 공연이 남았다. 박혜상은 코로나19 여파로 MET 주연 데뷔가 1년 늦어졌지만 한 달여 간의 활약을 통해 전세계 성악계의 '샛별'에서 '스타'로 거듭났다.


데뷔는 부담이 큰 일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무대이다. 압박감이 당연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꿈의 무대'에 주역으로 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조수미, 홍혜경 등 MET를 정복한 한국 프리마돈나 계보도 이어야 하는 무게감도 크다.

"공연 첫날 너무 설레 공연장 주변 허드슨 강가를 산책하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공연시작 4시간 전에 극장에 도착해 관객석에 앉아 무대 동선과 연기를 생각하며 모든 곡을 다 불렀답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마술피리는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오페라다. 박혜상은 '밤의 여왕' 딸인 '파미나' 역을 맡아 타미노 왕자,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극을 이끌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1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을 마치고 아시아 경제 독자들에 인사하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1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을 마치고 아시아 경제 독자들에 인사하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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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는 박혜상 개인의 영광이지만 한국의 문화 역량이 팝음악과 영화를 넘어 뉴욕의 고전 음악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예다. 박혜상은 아시아 성악가로는 최초로 전세계 대표 클래식 음악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마폰과 전속 계약을 맺고 '나는 헤라' 음반도 출시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도이치 그라마폰 전속 연주자다.


박혜상은 콩쿨 1위 출신 '벼락 스타'가 아니다. 서울대, 뉴욕 소재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MET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거쳐 이 자리에 왔다. MET도 2017년 단역으로 출발했다.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온 열정 가득한 젊은이다.


30대 초반의 프리마돈나는 MET 주역 데뷔 무대에서 관객에게 인사한 후 매번 동료들에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동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처음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한 달 간의 공연은 쉽지 않았다. 공연을 앞두고 등장한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는 가장 큰 변수였다. 많은 단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출연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기자가 처음 관람한 지난해 12월18일과 달리 이날 공연 후 커튼콜에는 상당수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하고 인사를 했다.


박혜상도 매일 아침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받으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단독 캐스팅이라 대역도 없었다. 뉴욕에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퍼졌지만 부스터 샷 접종은 부작용을 고려해 최종 공연 후로 미뤘다.


"마스크 하지 않고 공연하다 보니 계속 걱정이 됐어요. 극장이 문을 닫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컸고요. 무대가 계속 열리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MET를 포함 한 링컨센터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다. 20-21 시즌은 완전히 취소됐다. 오페라, 발레, 연극 등 뉴욕 고전 예술의 중심지는 1년 넘게 문을 닫은 후 조심스럽게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링컨센터는 주뉴욕한국 문화원과 협력해 '물 좀 주소'의 가수 한대수를 '리오프닝'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미 언론도 박혜상의 노력을 호평했다. 뉴욕타임스는 "타미노가 사랑에 빠진 파미나의 목소리를 박혜상이 아름답게 불렀다"고 전했다.


박혜상의 무대는 뉴욕을 시작으로 세계로 향한다. 마술피리 공연 후 2월까지 헝가리 프라하, 서울 예술의 전당, 독일 베를린에서 연이어 공연 일정이 꽉 차있다.


"마술피리 공연 후에도 '쫑파티'도 못할 것 같아요. 유럽으로 갔다가 한국에 갑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곧 인사 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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