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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편집 조작 논란…진정성 없는 방송, 등 돌리는 시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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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예능 '골때녀' 경기과정 편집 논란에 비난 '빗발'
제작진 "최종 스코어 같지만, 일부 조작" 사과
전문가 "시청자가 요구하는 진정성 무시한 결과"

편집 조작 의혹이 제기된 장면. 방송 자막으로 표시된 점수(4:3)와 점수판(4:0)에 쓰여있는 득점 수치가 다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편집 조작 의혹이 제기된 장면. 방송 자막으로 표시된 점수(4:3)와 점수판(4:0)에 쓰여있는 득점 수치가 다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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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방송 '편집 조작'으로 논란을 빚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한데 모여 경쟁하고 때로는 단합하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경기 과정을 편집으로 뒤바꿨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는 스포츠 또는 리얼리티 예능에 대해 시청자가 요구하는 진정성 측면을 제작진이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편집조작 논란은 지난 22일 방송분에서 불거졌다. 이날 방송에는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경기가 펼쳐졌고, 최종 스코어는 6대3으로 FC구척장신이 승리했다. 방송에서 두 팀의 경기는 긴박하게 펼쳐졌다. 전반전은 FC구척장신이 순식간에 3점을 득점하며 앞서나갔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FC원더우먼은 반격에 나섰다. FC원더우먼은 2점을 득점했고, 이후 경기는 3대2, 4대2, 4대3으로 접전 양상을 보이다가 FC구척장신이 2골을 추가로 넣으면서 6대3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 방송에서 나간 '4대3' 자막과는 달리 '4대0'으로 표시된 점수판이 포착되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시청자들은 선수들이 골을 넣은 순간에 관중석에 앉은 출연진들의 위치, 벤치에 물병이 쌓인 개수 등이 시간순서와 불일치하다는 점을 추가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는 FC구척장신이 전반에만 5점을 득점하며 압도적으로 승기를 잡은 경기인데, 편집을 통해 마치 두 팀이 팽팽한 경기를 펼친 것처럼 조작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사진=SBS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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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었다. 제작진은 2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꿔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선수들의 득점 순서에 일부 편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며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이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시청자들은 편집 조작 때문에 과정 자체가 중요한 스포츠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노력이 무시되고 시청자들까지 기만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예능이고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스포츠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제작진이 '최종 스코어는 맞다'고 말하는 게 마치 결과는 같으니 큰 잘못은 아니다라고 변명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편집 조작 논란은 방송에 나온 출연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편집된 방송의 흐름대로 경기를 중계한 배성재 아나운서, 감독을 맡은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 등 축구 분야에서 그동안 전문적으로 활동한 이들이 출연한 터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배 아나운서는 당시 중계는 후시 녹음을 진행한 것이며, 자신의 목소리가 조작에 사용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4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억하기로는 초반 스코어가 4대0이었고 4대3이 되지 않았다. 근데 제 목소리로 4대3으로 나갔다. 그 멘트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동안 중계하다 타임아웃 때 작가나 막내 연출자가 써온 멘트를 읽어 달라고 하면 언제적 경기인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읽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읽은 건 뼈아픈 실수"라며 "6대3으로 경기가 끝난 건 사실이다. 결과를 바꾼 적은 없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 충격적이다. 아무 말씀 못 드리겠다. 부끄럽다"며 눈물을 보였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조작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사진=배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배성재 아나운서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조작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사진=배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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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두 번째 공식 입장문을 내고 "(편집 조작 문제는)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으니 애 써주신 출연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나 스포츠 정신과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의 취지를 거슬러 예능과 방송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전문가는 스포츠 또는 리얼리티 예능에 대해 시청자가 요구하는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포츠, 또는 관찰 예능을 대중이 좋아하고 관심 갖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진정성"이라며 "특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스포츠에서 편집을 통해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시청자로선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작진의 공식 사과도 재발 방지하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재미를 위해서 이 정도의 편집은 가능하다는 듯이 얘기한 부분이 있다"라며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출연진들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더욱 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이 요구하는 진정성의 측면을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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