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로켓 엔지니어들 로봇 피자 업체 창업
미래 음식 배달 산업 바꾸겠다 '기염'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의 우주 기술이 피자 산업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에서는 1달러 조각 피자가 인플레 급등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에 의한 무인 피자 매장 등장은 다가올 미래를 조망하는 새로운 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 출신 인력들이 출범한 스텔라 피자는 내년 본격 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스텔라 피자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이 차량에 설치된 기계만으로 피자를 요리한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개발하거나 운용하는 데 힘을 보탰던 이들이 로봇이 피자를 반죽하고 토핑을 올려 오븐에 굽는 과정을 관리한다.
벤슨 차이 스텔라 피자 창업자도 로켓 과학자이고 이 회사에 소속된 전직 스페이스X 직원 수만 23명에 이른다.
차이 창업자는 스페이스X에서 로켓과 위성용 배터리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는 2019년 스페이스X를 사직하면서 요식업 창업을 꿈꿨지만 이내 벽에 부닥쳤다. 식당을 열 장소도 없었고 식당을 운영할 인력도 부족했다.
이때 그는 로봇이 굽는 피자를 떠올렸다. 차량에 피자를 요리하는 로봇을 설치하고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배달지로 이동하는 동안 피자를 구워낸다는 사업 구도가 완성됐다. 요리와 배달을 결합한 모델인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텔라 피자의 피자 제조 로봇은 5분이면 완성된 피자를 척척 구워낸다.
음식이다 보니 맛은 필수다. 피자 맛은 스페이스X의 수석 셰프였던 테드 시즈마가 책임지고 있다.
3년여의 연구 끝에 스텔라 피자는 최근 피자 굽기 시연을 통해 본격적인 비상을 예고했다. 내년에는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피자 가게 로고를 붙인 피자 배달 차량 대신 막 구워낸 피자를 집까지 배달해 준다는 의미이다.
스텔라 피자는 피자를 넘어 차량에서 요리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차이 창업자는 "로켓 과학자들이 음식 배달의 틀을 깨기 위해 뭉쳤다. 현재의 음식 배달 시스템은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식당은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많은 배달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배달 업체들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 우리는 전문적인 기술을 적용해 모바일 고스트 키친, 로봇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을 제공하겠다"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에 등장한 고스트키친은 식당 매장 없이 여러 식당이 주방을 공유하고 주문받은 음식을 조리해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스텔라 피자의 등장은 관 주도의 우주개발이 민간주도로 바뀐 후에도 여전히 우주 개발 경험이 일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차이 창업자는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낮춰 저렴하고 고품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부분의 식당이 겪고 있는 인력난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항공우주 기술은 현대 산업과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근간이다. 막대한 비용이 소모됐지만 결국 그 혜택이 일반인들에게도 미치게 된다.
전자레인지, 가정용 정수기, 진공청소기, 메모리폼 베개와 매트리스 등은 1960년대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 과정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흔하게 쓰이는 형상기억 합금, 태양열 전지도 우주 개발 과정의 산물이었다.
우주개발이 민간 주도로 달라진 현재에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스텔라 피자의 장래를 밝게 본 투자자들은 이미 900만달러를 투자했고 추가 펀딩도 예정됐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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