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교무실 업무 일부를 학교 행정실로 이관하는 '업무 재구조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교육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4일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내년부터 학교 업무 재구조화 시범운영 학교 20곳을 선정해 2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 업무 재구조화 사업은 학교 내 각종 행정업무 담당 부서를 교무실과 행정실로 재분류하는 작업이다.
경기교육청이 파악한 학교 교무ㆍ행정업무는 109개 분야, 663건에 이른다. 이 중 교원 및 수업 관리 업무는 교무실(교원 또는 행정실무사)에서, 그 밖의 민원ㆍ행정ㆍ기록물 관리 등은 행정실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신규 사업이 늘면서 관련 행정업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업무 중에는 교무실이나 행정실 중 어느 부서에서 맡아야 할 지 애매한 업무가 많다. 경기교육청이 업무 재구조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 이슈가 된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기질 관리 업무나 유치원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도입에 따른 유아 학비 청구와 정산, 카드단말기 관리 업무 등은 쉽게 업무 분장을 하기 어려운 대표적 사례다.
경기교육청은 앞서 지난 1년간 현장 의견을 수렴해 교사가 아니더라도 처리가 가능한 행정업무를 추려 업무 재구조화 대상 사무 20개(공통 13개ㆍ초등 4개ㆍ중등 3개)를 확정했다. 이어 내년부터 20개 시범학교에서 이들 대상 사무를 행정실이 담당하도록 하고, 해당 학교에는 추가 인력 1∼3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은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시범사업'이라며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일반직노동조합(경일노) 관계자는 "도내 2400여개 학교 행정실에 8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평균적으로 학교당 2∼3명이 모든 행정 업무를 도맡아 주말에도 일하는데,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수십 명의 관리자와 교사, 실무사들이 하던 일을 갑자기 더 하라고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경기교육청 일반노조는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 '과도한 업무 이관이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데 이어 감사원 공익감사도 신청할 예정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2년간 시범 운영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학교 행정실의 업무 현황도 점검해 불필요한 일은 줄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최근 경기교육청의 2022년도 사업별 예산안을 검토ㆍ심의하는 과정에서 업무 재구조화 시범사업에 대해 속도 조절을 권고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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